영욕으로 점철된 ‘클린턴 시대’가 막을 내린다.
지난 8년간 미합중국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은 미국 정치의 찬란한 빛이자 음침한 그늘이었다. 그는 미국 정치사에 지울수 없는 흔적을 남긴 최상의 정치인인 동시에 도덕성의 나사가 풀린 최악의 지도자였다.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제 3의 길"이라는 ‘중도론’으로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던 민주당을 재건하고 8년 연속 중단없는 경제성장을 이끌어가며 ‘정보화 시대’를 만개시킨 그는 분명 ‘빛나는 태양’이었다.
그러나 크고 작은 스캔들로 백악관의 권위를 회복불능의 상태로 짓밟아 놓고 리처드 닉슨 뺨칠 정도로 유권자들을 양극화시킨 그는 미국정치의 그믐달이기도 했다.
그는 숫한 기록을 남긴 대통령이기도 하다.
클린턴은 2차 세계대전이후에 태어난 첫 번째 대통령이자 프랭클린 루즈벨트 이래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한 민주당계 대통령이며 동서냉전구도가 와해된 후 탄생한 첫 번째 미 대통령이다. 물론 부끄러운 기록도 있다. 딸 또래의 백악관 인턴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후 이를 덮으려 들다가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탄핵재판에 회부된게 그것이다.
그는 분명 능력과 용기를 겸비한 정치인이었다. 유권자 투표에서 과반수의 득표율을 올린 적도 없고, 의료보험제도를 개혁하려 덤벼들었다 참담한 실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끈기와 수완으로 수세대만에 처음으로 연방예산의 수지균형을 이루는데 기여했고 웰페어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쳤다.
클린턴의 재임기간중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그에 대한 개인적 신뢰를 유보했으나 그의 능력만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대중과 접속할줄 아는 정치인이었다. 대통령의 3선이 허용된다면 미합중국 42대 대통령의 재임기간이 12년으로 늘어났으리라는 관측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의 천적이었던 뉴트 깅그리치 전 연방하원의장은 그를 "내 생애에 접해본 최고의 전술적 정치인"으로 평가했다. 깅그리치는 이어 "클린턴을 프랭클린 루즈벨트에 견주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정치감각만은 루즈벨트를 능가했다"고 말했다.
클린턴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는 후세 사가들의 몫이겠으나 일부 사학자들은 "재선에 성공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중간 이상의 성적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클린턴을 포함해 12명에 불과하다.
뉴욕 시립대학의 허버트 파멧 석좌교수는 "역사의 평가란 주식시장의 주가와 같아 오르 내리기 마련"이라며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그가 사가들의 가장 흥미로운 분석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단언했다. 클린턴만큼 미국인의 집단적인 무의식속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정치인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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