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요염하기까지 한 얼굴을 감추어 버리고 그녀는 어리숙하고 순진한 노처녀로 변해 버렸다.
한심할 정도로 남자의 심리를 모르고 변심한 애인에게 울며 불며 매달리는 채시라의 모습은 처량하기 그지없다. <야망의 세월>에서의 마타하리 같은 분위기와는 정반대다. 그만큼 그녀는 깜찍한 여자다.
해도 될 수 있고 달도 될 수 있는 여자이다. 평범하고 지루한 오피스걸 생활에 적당히 찌든 그녀는 집에서도 주눅든 처녀를 천연덕스럽게 그려낸다. 바보같이 운 뒤 비에 젖어 휘적휘적 걸어가는 채시라의 연기는 푼수연기의 새로운 면모임에 틀림없다.
추상 같은 호령과 불꽃이는 눈길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인수대비를 재현했던 배우가 과연 저 여자인가 싶을 정도다.
과감한 인물변신을 위해 그녀는 입술 끝을 잡아당기며 웃는 특유의 화사한 웃음도 웃지않고 눈빛도 감춰버렸다. 대신 약간 얼띤 눈빛과 울상짓는 입매로 동정심을 불러 일으켰다.
보통 여성들에게 성큼 다가선 것이다. 잘난 여자가 아닌 못난 여자가 된 그녀에게 많은 이들이 친근감과 동일시의 감정을 느낄 것 같다. 세상에는 자신이 잘나지 못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결혼 후 그녀가 선택한 첫 작품이 모자라기까지 한 캐릭터라는 건 그녀의 폭이 좀 더 넓어졌음을 의미하는 걸까. 아무튼 그녀가 자청한 못난이는 재미있다.
달처럼 둥글고 뽀얀 얼굴 위에 난초잎 같은 이목구비의 선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채시라의 화사함을 알기에 드라마 속의 그녀는 엉뚱한 즐거움을 준다. 그건 마치 부자가 가난뱅이 행세 하는 걸 보는 것 같다.
언젠가는 평범하고 어리숙한 여자의 두건을 탁 벗어버리고 반짝이는 보석인 자신의 본 모습을 찾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그래서 하게 되는 것이다.
/남궁설민(파티마의원장 성형미학 칼럼니스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