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한 인물을 떠나보냈다. 고 정주영 현대회장은 한국 경제 근대화의 대표적인 리더이자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추진력과 순발력이 대단했고 창의성 또한 뛰어났다. 그만큼 일화가 많은 인물이기도 했다.
박정희대통령·정주영회장의 합작품이라고 할수 있는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였다. 정회장이 제시한 공사비는 박 전대통령도 의아할 정도로 싼값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그렇게 싼값에 공사를 할수 있느냐고 박 전대통령이 물었다. 정회장의 대답은“각하, 애국심입니다”였다.
52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한국에 왔을 때 일화도 유명하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부산에 있는 유엔군 묘지를 방문하고 싶어하자 미군측이 정회장에게 황당한 주문을 했다. 묘지에 잔디를 심어달라는 것이었다. 추운 겨울에 푸른 잔디가 있을 리 없었다. 정회장은 낙동강 보리밭에 가서 보리이삭을 갔다 심어 묘지를 푸른 초장으로 바꾸었다.
대단한 순발력이다. 그런 추진력으로 그가 이룩한 업적은 평범한 보통사람들로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 엄청난 것이다. 명실공히 한국 경제계의 거목이다.
그러나 정회장 떠난 현대의 평탄치 않을 앞날을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정회장은 개인 기업가로는 더 없이 훌륭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현대가 대기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리더십에 변화가 있었어야 했다. 개인 리더십에 의존하는 경영체제를 넘어서 조직을 움직이는 리더, 사람을 써서 일하는 기업가가 되었어야 하는 데 정회장은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의 재벌기업들이 모두 안고 있는 폐단이지만 현대의 경우는 특히 심했다.
사람을 기르고 전문경영인을 썼어야 했다. 현대라는 대기업을 자식들에게 맡기지 말고 일찌감치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면 정회장은 더욱 위대한 기업가로 남고 현대의 앞날도 더욱 밝았을 것이다. 정회장은 많은 신화를 만들었지만 그 신화를 또 많이 깨고 떠난 감이 없지 않다. 일본만해도 기업은 부하들에게 맡겨지는 것이 보통인데 한국에서는 아직 그런 풍토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
정회장은 한국 근대기업의 전형적인 강점, 약점을 다 갖고, 한국의 성공과 실패를 같이 경험한 분이었다. 결과적으로 현대라는 기가 막힌 작품을 본인 스스로 많이 파괴하고 말았다. 현대를 더 크게 만들 후계자가 준비돼있지 않다는 사실이 정회장 별세소식을 접하면서 느끼는 아쉬움이다.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리더십 교체에 대한 대비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업가라도 혼자서 20년, 30년 할 수는 없고, 할 능력도 없으며, 폐단이 많이 생긴다. 기업가는 물러갈 때를 알아야 하고, 물러날 때 자기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앉혀놓을 책임이 있다. 정회장이 떠난 현대의 불안정한 미래를 한국의 기업들은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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