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현종이 어느 날 신하들과 연못가를 거닐었다. 마침 연못에는 연꽃들이 탐스럽게 피어 있어 신하들이 꽃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했다. 후궁 양귀비를 끔찍하게 사랑하던 현종은 은근히 기분이 상했는지 한마디를 했다. 일개 식물인 꽃이 아무리 아름다운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꽃, 즉 양귀비만 하겠느냐는 내용이었다. 이후 ‘말을 알아듣는 꽃’(解語花)은 미인을 의미하다가 기생을 지칭하는 말로 바뀌었다.
’미인’하면 동양에서는 양귀비, 서양에서는 클레오파트라가 그 대명사다.
그러나 옛 문헌들이 전하는 바를 보면 그들이 정말 그렇게 대단한 미인이었는지 의심이 가기도 한다.
기원전 1세기의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에 대해서는 특히 말이 많다.
우리는 보통 클레오파트라 하면 영화에서 본 소피아 로렌이나 엘리자베스 테일러 같은 모습을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매부리코에 살찐 얼굴이며, 키가 작고 뚱뚱한 몸매의 평범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양귀비도 전통적 미인상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 같다. 옛날 중국에서는 허리가 끊어질 듯 가는 가냘픈 여성을 미인으로 꼽았는데 양귀비는 상당한 글래머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안토니우스를 사로잡고, 현종을 몰락의 길로 몰고 간 두 여성의 아름다움은 아무래도 표준적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탁월한 개성미였던 것 같다.
시대가 바뀌면서 변하는 것 중의 하나가 미인의 기준이다. 1년여 전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한국의 KBS-TV가 지난 반세기 한국의 대표적 미인들을 선정한 적이 있다. 50~60년대 최은희, 70년대 장미희, 80년대 황신혜, 90년대 김희선이 시대를 대표하는 미인으로 꼽혔다. 불과 한세대의 시차이지만 최은희와 김희선의 이미지는 상당히 다르다.
100년쯤 거슬러 올라가면 미인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조 후기 화가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면 미인은 눈, 코, 입 모두가 작다. 가느다란 눈에 초생달 같은 눈썹, 마늘쪽 같은 코, 앵두 같은 입술, 넓은 눈두덩에 반듯한 이마가 당시 미인의 조건이었다.
해마다 한국 최고의 미인을 뽑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시즌이 돌아왔다. 5월 서울에서 열릴 본선을 위해 미국 각 지역에서 요즘 예선전들이 열리고 있다. 남가주에서는 13일 예선전에 10여명의 미인들이 출전한다.
여성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줄줄이 나와 육체미를 겨루는 미인대회는 여성을 성의 도구로 비하하는 반여성적 행사라는 비난이 여권운동 진영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개인적 차원에서 ‘미인’은 여성들에게 영원한 선망의 대상이다. 올해는 어떤 미인이 뭇 여성들의 부러움을 살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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