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장바이쯔 주연의 새 영화 <파이란>이 한국 아닌 ‘아시아 영화’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제작비 전액을 한국에서 마련하고, 제작진 전원이 한국인으로 구성됐던 <파이란>(튜브픽쳐스, 송해성 감독)은 분명 한국영화다. 하지만 첫 시사회(17일)에서 확인된 <파이란>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첫 ‘아시아 영화’였다.
그저 홍콩 최고 스타 장바이쯔, 아태영화제 남우주연상의 최민식이 공연하고, 원작이 일본 소설가 아사다 지로의 <러브레터>인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에 담겨 있는 정서나 시선 등이 특정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 있다. 이를 통해 <파이란>은 꾸준히 있었던 합작영화나 외국배우 출연 작품의 수준을 단숨에 뛰어넘어, 아시아 영화의 가능성을 활짝 여는 성과를 거뒀다.
<파이란>의 무대는 한국 인천과 강릉. 여기에 중국 처녀 장바이쯔(극중 이름 파이란 白蘭)가 돈 벌기 위해 찾아온다. 비자를 해결하기 위해 파이란은 위장 결혼을 하고, 그 상대가 뒷골목의 3류 깡패 최민식이다. 따라서 장바이쯔 캐스팅은 단순히 외국 스타의 신선감을 활용하자는 계산에서 비롯된 알팍한 수단이 아니다.
가난하지만 인간에 대한 자존이나 순수를 잃지 않은 중국 처녀와 졸부 나라에 살지만 황폐한 삶을 살고 있는 한국 남자라는 설정에서부터 일단 <파이란>은 아시아인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곤 아주 독특한 멜로 감정선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두 주인공을 단 한번도 만나게 하지 않으면서도 교차 편집으로 두 감정의 주파수를 맞추는 방식이다. 몸과 마음이 동떨어져 있는 두 남녀를 통해 사랑을 그리는 것은 어렵다. 게다가 여자가 죽은 다음에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것은 더욱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파이란>은 편지 등의 디테일을 동원해 물이 스며드는 듯한 감정 체험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파이란>이 멜로같지 않으면서도 그 어떤 멜로보다 애틋한 사랑을 그리는데 성공한 원동력은 최민식 장바이쯔의 호연에도 있다. 최민식은 3류 건달의 비루한 인생을 실감나게 연기했고, 홍콩 영화계의 신데렐라라는 장바이쯔는 외모를 누추하게 만들면서 순수를 획득하는 연기에 성공했다.
이런저런 이유들 때문에 <파이란>을 멜로 영화 러시 속에 막차 탄 작품으로 인식하면 안된다.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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