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작정 미국행 한인들
▶ 미경기 악화로 사업실패, 비자만료 취업도 어려워
A(40)씨는 지난해 5월 관광비자로 가족들을 데리고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왔다. ‘미국에 가면 최소한 일자리는 보장되겠지’하고 생각했지만 각종 장애물로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하루하루 시간만 죽이고 있다. 비자유효 기간도 지나 불법체류 신세가 돼 취업은 더욱 어려워진 상태다.
지난해말 실직하자 서울에 있는 한 이민대행 업소를 통해 최근 뉴욕에 온 B(39)씨는 퇴직금을 털어 시작한 세탁소가 망해 오갈 데 없는 막막한 신세가 됐다.
A, B씨처럼 무작정 미국으로 들어와 현지 적응을 못해 ‘오도가도’ 못하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IMF 이후 한국내 경제불안을 이유로 ‘제2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무작정 건너온 30대 후반부터 40대 후반까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이 관광비자나 편법을 동원, 입국해 정확한 집계는 힘들지만 한해 미국 이민자(1만2,000여명)의 5%선만 잡아도 지난 2년간 대략 1,000여명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들이 진퇴양난 신세가 된 데는 언어 미숙과 비합법적 체류 신분이 주된 이유지만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는 미국 경제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내 기업의 감원과 폐업이 증가하면서 이들 기업에 취업했던 전문직 인력이 줄줄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는 것도 한가지 사례다.
브로드웨이 도매상의 한 업주는 "한국에서 상당한 학력을 가진 30대가 일자리를 찾는 사례가 한달 사이 6건이나 됐다"며 "신분도 문제지만 현재 지출을 줄이는 상황에서 쉽게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또 비자기간을 연장하거나 취업이민 신청 등을 위해 불법 이민대행 업소를 찾았다 가진 돈을 다 털린 뒤 오갈 데 없는 처지에 놓인 한인들이 상당수에 이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이민법전문 변호사들은 “한인들이 많이 사는 뉴욕이나 LA 등에 오기만 하면 돈도 벌고 언젠가는 영주권도 취득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무작정 건너온 한국인들이 의외로 많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차원의 단속과 계몽을 통해 무계획적인 미국입국을 막고 이민사기도 근절시키는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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