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내 한 아파트에서 4년째 혼자 살고 있는 양리정(85) 할머니. 그는 벌써 10년 넘게 심한 우울증을 앓아왔다. 77년 가족이민으로 알래스카에 정착했던 양 할머니는 힘든 이민생활에다 지난 82년 큰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후 오랫동안 우울증과 수면제 중독에 시달려야 했다. 보다 못해 ‘어머니를 모시고 살겠다’며 LA로 이주해 온 막내아들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같은 절망과 외로움의 세월이 얼굴에 깊은 주름으로 남아있지만 양 할머니가 이번 어머니날을 맞는 감회는 남다르다. 2년 전부터 일주일에 세 번씩 찾아오는 막내 손녀딸과 둘째 아들 부부 덕분에 다시 가족의 사랑을 되찾았기 때문. 덕분에 우울증도 점차 나아가고 있다.
"이제 나는 행복합니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손녀딸과 늘 관심을 가져주는 가족이 있으니까요." 우울증이라는 좁고 어두운 골방에 오랫동안 갇혀있던 양할머니의 고백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 가정의 달과 어머니날이 찾아왔지만 한인사회에는 아직도 양 할머니처럼 가족의 따뜻한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노인들이 많다. 특히 우울증의 벽에 갇혀 이민생활의 노년을 보내는 한인 노인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LA한인타운내 한 양로보건센터에 따르면 등록회원 130여명 가운데 약 40%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불안 및 불면증세를 보이는 노인들까지 합하면 70%에 달하고 있다. 이들 노인들은 즐거운 일이나 관심사도 없이 심한 우울상태에 빠져 외롭고 고립된 생활을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LA와 인근지역 양로병원들에는 300여명의 한인 노인들이 수용돼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중 연고가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일년 내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노인들이 약 5∼10%에 이르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어머니날이 되면 위로 방문객들이 평소보다 많아지긴 하지만 이들 노인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지속적인 관심의 손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한인 소셜워커인 신애안씨는 "외롭고 고립된 생활을 하는 노인들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가족이나 친지의 꾸준한 보살핌과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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