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알라일 투자그룹의 미국 출신 젊은 직원이 자기 친구들에게 한국에서 얼마나 왕같은 대접을 받고 지내는가 자랑삼아 보낸 전자메일 때문에 직장을 며칠만에 잃고 우습게 돼버린 사건으로 본국 언론에서 일시나마 개탄조로 접대문화의 폐단을 얘기하고 지나간 것이 며칠 됐다.
본국에서 잘못돼 있는 문화가 한두개가 아니고 또 일그러진 접대관행이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 떠들어댄 대중매체들이 도리어 이상하게 보이는 오늘, 필자는 이 문제를 현실적으로 차갑게 바라보면서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우리 젊은이들의 앞날과 관련해 접근해 보려고 한다.
먼저 우리는 저자세의 접대문화가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도처에 있고, 또 있을 수 있고, 미국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는 것이라고 알고 넘어가는 것이 우리의 자존심에 오는 상처가 적다. 팀스터의 얘기들에서도 나오고 존 딜로리안의 고백에 따르면 GM 같은 큰 회사들에서 흔히 겪는 일로 보인다. 미국에서 노른자위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졸업생들로부터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접대문화가 어느 정도까지 갈 수 있는가 들을 수 있다.
접대란 것이 그 목표로 경제적 선택을 흐리게 해서 자기쪽에 유리하게 거래를 성사시킨다는 것을 노린다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괜히 적당히 접대를 끝내고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것 보다는 상대방이 정신이 왔다갔다 할 정도로 화끈하게 접대를 해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애쓰는 실무자들을 나무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미주에서 생활하는 우리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접대문화에서 풍겨오는 본국의 열등감과 자존심의 결여인 것이다. 미국에서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많은 한인들은 손아래의 백인들과 한국에서 온 손님을 맞거나 한국방문을 할 때 항상 기분 나쁜 일이 생기고 나중엔 기피증이 생기게 된다는 얘기를 한다. 백인이 항상 윗자리에 있거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아온 습관도 있겠지만 본국에 있는 이들의 열등감과 자존심의 결여에서 오는 것도 있다. 결과는 많은 이들이 한국을 잘 안다는 백인들을 보면 저 사람은 또 어떤 비뚤어진 편견을 가지게 됐을까 두려움부터 생기고 한국인들이 많이 다녀간 곳의 백인들을 경원시하게까지 되는 것이다.
본국의 문화란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닌 만큼 우리는 우리의 젊은 세대가 본국을 알게 할 때 조심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성세대는 우리의 어린이들의 본국방문후에 저희들끼리 어떤 얘기들을 하는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가급적이면 단체여행에 보내는 것을 피하고 잘 아는 친지의 아이들과 놀고 오도록 세심한 주의를 하는 것이 좋다.
또 같은 맥락에서 젊은이들이 한국에 가서 실무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은 좋은 면보다는 어둡고 그늘진 면을 보고 올 확률이 많다는 것도 잘 알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실은 현실 그대로 나타나기 마련이니까. <뉴욕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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