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골퍼들이 많이 찾는 LA근교의 한 퍼블릭 골프코스에서 얼마전 있었던 해프닝이다.
4명 한조로 라운딩을 하고있던 한인골퍼들이 마셜과 큰소리로 다투고 있었다. 골프장의 마셜이란 골퍼들의 라운딩을 돕고 플레이의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코스 중간중간에 배치되는 진행 보조원으로 골프장 정식직원이 아니라 은퇴한 노인들이 대부분인 자원봉사자일 경우가 많다.
60대 미국노인인 마셜은 "이들이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앞조와 두홀 가까이 뒤처질 정도로 느린 플레이를 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코스까지 망가뜨리고 있어 부득이 퇴장명령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인골퍼들은 플레이가 다소 지연될 수도 있는 일 아니냐며 "내돈 내고 내가 골프치는데 누구 마음대로 퇴장명령이냐"고 반발했다.
이들의 늑장 플레이는 한인골퍼들간에 고질인 ‘돈내기’ 때문이었다. 돈이 걸려 있다보니 한타 한타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게되고 소위 기미(gimme)를 줄수 있는 거리에서도 반드시 홀아웃을 해야만돼 시간을 끌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40대 초반의 비즈니스맨들로 보이는 이들 한인골퍼들은 스트록당 10달러 내기를 하고있는 눈치였다. 내기골프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10달러 내기쯤 별 것 아니지 않느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10달러로 출발했던 내기가 라운딩을 진행하는 동안 소위 프레스라는 것을 거치며 20달러, 40달러로 올라가고 열을 받으면 80달러 내기로 커지기도 한다. 일행중 한사람이 특별히 스코어가 좋거나 안좋을 경우에는 한홀에 1,000달러도 오갈 수 있고 18홀이 끝난 뒤 결산을 해보면 3,000~4,000달러를 잃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코스를 망가뜨렸다는 것도 돈내기가 원인이다. 이들은 평소 내기골프를 하다가 규칙해석을 둘러싸고 언쟁을 벌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다보니 잡음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아예 볼이 어디에 놓여 있든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플레이하기로 정했다고 했다. 그래서 티샷이 슬라이스가 나서 다른 홀 그린위에 올라가 있어도 그대로 샷을해 그린을 망가뜨려 놓았고 화단속에서도 샷을해 꽃밭을 망쳐놓았다. 프리 드롭이 가능한 콘크리트 카트길에서도 그대로 샷을 했고 심지어 보수공사를 위해 파놓은 흙더미 위에서도 그대로 공을 쳤다는 것이다. 이들은 원리원칙대로 플레이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골프규정집에도 없는 자기들만의 원리원칙이었던 셈이다.
원리원칙을 철저히(?) 지키던 한인골퍼들은 연락을 받고 클럽하우스에서 달려온 헤드프로가 슬로 플레이를 하거나 코스에 위해를 가하는 플레이어에게는 퇴장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원리원칙을 읽어주고 불응하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엄포를 놓자 마지못한듯 필드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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