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참사의 피해자들이 죽음을 앞두고 셀폰으로 사랑하는 이들과 나눈 마지막 ‘작별인사’의 내용이 속속 전해지면서,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생사를 가르는 길목에서 피해자들은 가족과 친지들에게 그들의 애틋한 마음을 전하거나, 긴박한 기내상황을 전달했다.
월드 트레이드센터에서 첫 폭발음이 터져 나왔던 11일 오전, 사건현장 밖에 있던 가족들은 건물 안의 남편과 아내, 연인과 자녀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바로 이 순간에 다급하게 울린 전화들은 거의 모두 "나는 무사하다"는 반가운 소식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기쁨과 안도의 순간도 잠시뿐이었다.
첫 여객기 충돌을 견뎌낸 생존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건물과 함께 지상으로 추락했다.
세계무역센터 트윈타워 104층 투자회사에서 일하던 케빈 마이클 윌리엄(24)은 약혼녀 길리안 볼크와 12월1일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첫 폭발음이 터져 나온 후 그는 약혼녀에게 "지금 대피하고 있다. 나중에 보자"고 말했으나 "나중에 보자"던 그의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역시 타워 고층 사무실에서 일하는 빌리 위크(44)도 여객기가 충돌한 직후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 일 없다. 직원들부터 먼저 대피시켜야겠다"고 연락했다.
직원들부터 챙긴 후 곧 가겠다던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아내는 뉴욕인근의 모든 병원에 전화를 걸어 환자와 사망자 명단을 확인했지만 그 어디에도 남편의 이름은 없었다.
세살배기 쌍둥이의 어머니로 임신 7개월째인 재클린 가바간도 104층 법률회사에서 일하는 남편 도널드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남편과 함께 일하던 직원 2명이 무사히 구출됐다는 소식에 재클린은 실낱같은 희망을 접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도날드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녀는 "도널드가 지갑을 잃어버려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그의 무사생환을 기도하고 있다.
운명의 잔인한 장난으로 세계무역센터에서 희생된 피해자들 중에는 반테러 연방수사국(FBI) 요원으로 일했던 잔 오닐도 포함되어 있다. 98년 아프리카 미국대사관 테러사건과 예멘 미군함 테러사건을 담당한 고위 수사관이었던 오닐은 그의 신변위협을 우려한 당국이 예멘에서 미국으로 이동시켰던 인물. 그러나 사건당시 무역센터에 있었던 오닐은 11일 아침 이후 연락이 단절됐다. 테러는 테러전문가를 피해가지 않았다.
반면 조이스 카네스로부터 날아든 연락은 죽음의 전화가 아니라 생명의 전화였다. 월드 트레이드센터 구조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펜실베니아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전직 경관 카네스는 정말 큰 일을 해냈다. 수색작업중 흙더미 속에 파묻힌 2명의 경관을 발견한 것.
그러나 응급구조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그는 펜실베니아의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관계당국에 긴급신고를 하도록 요청하는 방법으로 두 명의 귀한 목숨을 구했다.
새크라멘토에 거주하는 앨리스 호글란은 피츠버그 인근에서 추락한 피랍 여객기에 탔던 아들 막 빙햄(31)으로부터 ‘마지막 전화’를 받았다. 호글란은 죽음을 앞둔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눈물 섞인 작별인사를 했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들은 침묵 속으로 사라졌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