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에 아메리칸 에어라인 소속 여객기 가 떨어진 시간은 11일 오전 9시 40분경.이 때 최영철씨는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를 전화로 회의 책임자 비서에게 설명하고 있는 중이었다.
회의 시작 시간은 9시30분, 장소도 비행기가 충돌한 펜타곤 서편 윙에 정확하게 위치하고 있었다.
갑자기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이 울렸고 전화를 받고 있던 비서는 놀란 목소리로 ‘무슨 일이 일어난 것같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 때부터 펜타곤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마침 사무실직원들은 뉴욕 세계무역센터 충돌 사건을 듣고 난 후 근심스런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는데 이런 소리를 들었으니 더욱 놀랐지요.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며 정신없이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놀라기는 했습니다만 제 사무실 책임자였기 때문에 뒷마무리를 하고 사무실을 빠져나와지요”
최씨(육군성 프로그램 예산자료관리국장)가 동편 출구를 통해 빠져나와보니 어느새 펜타곤에서 일하던 2만5천여명의 직원들이 파킹장을 가득 메웠고 비행기가 충돌한 쪽에서는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최씨 사무실은 충돌에서 한 블럭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어떤 여성은 펜타곤 안쪽에 있는 마당에서 담배를 피고 있다가 비행기가 건물에 직접 충돌하는 것을 보았답니다. 이 여성은 얼마나 놀랐는지 거의 정신을 잃은 채 동료의 부축을 받으며 빠져나갔습니다”
최씨의 설명에 의하면 비행기가 충돌한 지점에는 육군작전참모실이 위치하고 있었고 중장 이상의 지휘관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바로 옆 블럭은 육군장관, 육군참모총장 등의 장성들이 일하고 있는 육군 사무실이었고 충돌지점 맞은 편은는 국방장관, 공군장관, 공군참모총장, 합참의장 등의 사무실이 있는 블럭이었다.
최씨는 “충돌이 일어난 지점에도 중요한 사무실이나 고급 지휘관들이 많아 피해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만일 비행기가 육군 블럭이나 공군 블럭으로 떨어졌으면 피해는 더욱 치명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A, B, C, D, E 다섯겹의 윙으로 지어진 건물의 바깥에 부딪친 비행기의 충격으로 가운데 있는 C윙까지 파손됐고 불은 가장 안쪽 A윙까지 번졌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다행히 보수공사가 많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어서 보도된 것보다는 적은 희생자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의 구사일생 체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75년 유럽에서 근무할 당시 뮌헨에서 영국 런던으로 친구들과 휴가를 떠날 계획이었는데 당일 갑자기 일이 생겨 취소했습니다. 그 비행기는 이륙후 곧 뮌헨 공항에 추락했고 10여명의 친구들은 다 죽고 말았습니다. 저만 살아남은 거지요”
최씨는 1958년 고등학생의 나이에 미국 가정에 입양된 최씨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다가 78년 북버지니아 지역으로 이사왔다. 현재 35년째 육군에서 일하고 있는 최씨는 “한국전쟁 후 혼란스럽던 때 좋은 미국 가정으로 입양왔고 몇 번의 죽을 고비도 무사히 넘긴 나는 행운아”라며 “그러나 절친한 친구였던 브라이언 잭 박사가 펜타곤에 떨어진 비행기에 탑승해 있다가 불행을 당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최씨의 부인 박인자씨는 “사고 소식이 나자마자 한국이나 유럽 등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수없이 안부 전화를 해와 어느정도 위안이 됐지만 아직도 화염 냄새가 나고 있는 남편의 가방을 볼 때마다 떨린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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