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시절 누구나 한번쯤 읇조려 보았음직한 말장난이 있다. ‘기차는 빨라, 빠른 것은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은 것은 하늘’이라던 말이어가기가 그것이다. 인터넷에도 이같은 말잇기가 있다. 특정 단어를 화두로 새로운 문장과 문단을 만들어내는 하이퍼텍스트 문학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문학의 신조류로 주목받아
하이퍼텍스트(Hypertext)는 1965년 테드 넬슨이 만든 신조어로서 하나의 문서가 다른 문서와의 연결 관계를 가지는 것을 말한다. 윈도우의 사용설명서를 예로 들어보자. "바탕화면에서 휴지통을 두 번 누른다." 이 설명문에서 클릭이 되는 휴지통은 또 다른 링크를 형성해낸다. "휴지통에는 삭제한 파일이 저장된다.."이런 식이다. 문학에도 이와 같은 하이퍼링크가 적용될 수 있다. 이른바 하이퍼텍스트 문학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장의 유희다. 하이퍼텍스트와 문학을 필두로 <2000년 새로운 예술의 해 문학분과위원회>가 개설했던 ‘언어의 새벽’(eos.mct.go.kr)이라는 사이트가 대표적인 예다. 시인 김수영의 시 ‘풀’을 씨앗글로 공선옥, 곽재구, 오정희, 안도현, 황지우 등의 낯익은 이름들이 써 내려간 하이퍼텍스트의 글줄기들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상상력과 문학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문학 사조인가,유행인가
(풀이 눕는다/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풀은 눕고/드디어 울었다./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다시 누웠다-김수영 ‘풀’) - 이에 대한 작가 오정희의 글쓰기가 이어진다. (풀이 눕는다. 이따금 먼하늘 우레소리는 추억과 욕망을 일깨우고 어지러운 꿈길, 풀은 몸 뒤척이며 서슬 푸른 날빛을 재운다.) 이같은 사이버공간의 문학은 국내에서도 문학의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하게 했다. 그러나 하이퍼텍스트 문학이 과연 정식 사조로 정착될 수 있을 지, 가벼운 느낌 쓰기에 그치고 말 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이 유보된 상태다. 최초의 하이퍼 문학으로 마이클 조이스의 "오후, 이야기(Afternoon, a story)", 마크 아메리카의 장편 하이퍼소설 "그래마트론(Gramatron)" 등이 출간된 바 있으나, 한국사회에서 하이퍼 문학의 정착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N세대에게 문학적 가능성 열어주는 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퍼텍스트 문학을 주목하게 만드는 것은 인터넷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데 있다. 원고지와 펜보다 키보드와 모니터에 익숙한 네트워크 세대에게 하이퍼텍스트 문학은 문학적 상상력을 키워주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책 대신 PDA와 휴대전화, 데스크탑 컴퓨터로 문학을 흡수하는 2001년의 세계인. 10년 후, 하이퍼텍스트 문학은 어떤 모습으로 포맷되어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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