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밤 10시 LA한인타운 윌셔블러버드에 있는 한 카페 앞. 술을 마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20대후반의 한인여성 5명이 발레파킹해 둔 차를 기다리고 서있다. 주차원이 차를 가져오자 4명이 먼저 차에 오르고 운전자가 차 앞을 가로질러 운전석으로 다가가서 주차원에게 팁을 건네준다. ‘괜챦어’라고 묻는 친구들에게 ‘걱정 마’라고 대답하는 운전자, 곧이어 요란한 타이어소음을 내고 주차장 출구로 돌진해 간다. 이들이 마신 술은 맥주 14병.
음주운전으로 단속에 걸려 한인타운내 운전학교에서 교육을 받고있는 한인여성은 전체교육생의 10%∼15%를 차지하고 연령층도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2년전에는 전체 교육생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으나 그나마 올해들어서는 조금 줄었다. 중범자들만 찾는 것으로 인식돼 있는 보석금 회사에도 ‘감방에서 보석시켜 달라’는 여성들의 전화가 종종 걸려온다. 음주운전 이유는 ‘사업상’ ‘동창모임 때문’이 가장 많고 가족끼리 외식을 하고 귀가하는 길에 적발된 경우도 있다.
한인업소들에도 여성들끼리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단체손님이 많은 한 카페의 경우 하루평균 1∼2개의 모임은 여성들로만 이뤄진다. 연말이 되면 여고, 여대 동창회들로 모임 횟수는 더 잦아지고 특히 점심시간에도 맥주를 시켜 먹고 술냄새를 풍기며 업소 문을 나서는 여성들의 모습도 낯설지 않다.
음주운전자 재활교육을 받은 K(32)양의 경우 한국에서 방문한 직장상사들과 저녁식사를 갔다가 ‘딱 한 잔만 하라’는 권유를 거절하지 못해 결국 양주 4잔을 마신 후 귀가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L양(29)은 남편과 외식을 나갔다 함께 포도주를 마시고 자신이 남편보다 술을 덜 마셨다고 생각돼 운전대를 잡았다 단속에 걸렸다.
평소 음주운전을 자주 하던 C양(26)양의 경우 대학동문모임에 참석했다 맥주 2병을 마시고 대리운전을 불러주겠다는 주위사람들의 충고에도 ‘이 정도는 문제없다’며 객기를 부리다 접촉사고를 일으켜 유치장 신세를 지고 보석금을 낸 후 풀려났다.
타운내 식당이나 술집 관계자들은 "여자손님들은 술을 많이 마셨더라도 차를 두고 가거나 택시를 이용하는 게 되레 위험하다고 생각해 직접 운전을 하고 간다"며 "간혹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거나 만취해 비틀거리는 손님이 차를 몰고 가버리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 업주는 "한번은 40대 여자 손님이 술에 취해 절대 운전을 못할 것 같아 택시를 부르라고 했더니 ‘괜챦다는데 왜 상관이냐’며 큰소리를 치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LAPD서 근무중인 한인경관은 "여성음주자가 늘고있는 것은 사회현상으로 볼 수 있으나 남성들의 못된 습관을 배워 양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도 마다 않는 경우가 있다"며 "유치장에 끌려와 ‘가족에게 창피하니 한 번만 봐달라’고 통사정하는 30∼40대 가정주부들을 보면 한 숨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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