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관객이 유치한 것일까? 같은 날 개봉한 ‘봄날은 간다’는 ‘조폭 마누라’ 앞에서 인정사정 없이 무릎 ‘꿇어야’ 했다. 물론 흥행 스코어 면에서다. ‘조폭 마누라’의 투자자인 서세원 조차 "작품성 면에선 ‘봄날은 간다’가 낫다”고 말했지만 관객들은 ‘재미’쪽으로 몰렸다. ‘조폭 마누라’의 흥행 대박 앞에서 대부분의 영화인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될 지 모르겠다’는 혼란이다. 심지어 올 흥행 판도를 민망해하는 영화인까지 있다. “유치한 영화들이 간단하게 300만 명 이상 관객을 모았다. 솔직히 창피하다.”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 ‘조폭 마누라’ 등의 잇단 흥행 대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렇게 가다간 홍콩영화처럼 자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정말 ‘유치한’영화이고, 관객들마저 유치한 것일까.
가벼워진 것은 분명!
한 영화 주간지는 ‘조폭 마누라’를 향해 "걱정스러운 상업지상주의와 어이없는 관객 모독이 진창을 만들고 있다”라는 독설을 퍼부었다. 평론가 심영섭씨는 "막가파 코미디이고, 장르적으론 조폭 영화의 아류작”이라 평했다.
명필름의 심보경 이사는 “댄스음악 일변도의 가요계처럼 영화계가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 위주로 변해 다양성이 깨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떻게 영화를 해야 할 지 착잡한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조폭 마누라’처럼 세 개 미만의 별점 평가를 받은 영화가 관객에게 크게 환영받는 현실을 아쉬워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관객의 편식증이 심하고, 이것이 다양성 봉쇄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것이다.
이들은 관객들이 점점 가벼워진다고 입을 모은다. 요즘 관객들은 영화가 조금만 진지해지면 도망가버린다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관객 코드에 맞춰야!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의 김상진 감독은 ‘조폭 마누라’의 승승장구에 대해 “아주 당연한 결과”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관객들이 ‘조폭 마누라’를 보고 행복해 하는 걸 보며 새삼 대중 코드를 확인했다”고덧붙였다.
강제규 감독도 “’조폭 마누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토를 다는 것은 빗나간 예상에 대한 일종의 포장 심리”라고 해석했다. 상업 영화에서 살짝 비켜 서 있는 임권택 감독조차 “아직 ‘조폭 마누라’를 안 봤다”는 전제 아래 “일반적으로 대중들과 부합하는 코드의 영화가 좋은 작품”이라고 편들었다.
’조폭 마누라’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의 흥행 대박을 긍정하는 관계자들에게선 한결같이 관객이 바라는 것을 충실히 좇아야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날개 꺾인 ‘나비’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환영받았던 ‘나비’는 국내 개봉에서 참담한 결과를 맛봤다. ‘조폭 마누라’가 가위를 휘두르는 사이에 개봉해 전국 1만 명의 관객에도 크게 못미치며 서둘러 극장에서 쫓겨났다. 물론 흥행실패야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이지만 이틀 상영에 5,000 명 가량의 관객은 충격이었다.
최근의 관객 흐름을 걱정하는 이들이 안타까워 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조폭 마누라’ 류의 영화를 즐기는 관객이 많은 것이야 상관없지만 ‘나비’ 류의 영화를 즐기는 시장도 있길 바라는 것이다. 바로 다양성의 문제다. 유치한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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