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러전쟁 병행하는 아프간 식량투하 난관많아
투하지점 상공 도달 10분 전.
거대한 C-17 수송기 동체 후미의 문이 서서히 열린다. 일순간 아프가니스탄의 차가운 밤 공기가 기내로 쌩하고 밀려들어온다. 서릿발같은 강풍은 성조기를 향해 경례하는 군인들처럼 꼼짝 않고 서있는 대형 식량박스들을 휘감는다.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채 문 옆에 웅크리고 있던 중사 한 명이 ‘목표지점 도달 1분 전’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순간 급발차하는 강력한 화물열차처럼 총 42개의 대형 식량박스가 기체 바깥으로 미끄러져 나가 공중에서 개방되면서 밝은 노란색 포장의 식량 꾸러미들이 사방으로 퍼져 아프가니스탄의 밤하늘 속으로 사라진다. C-17기와 다른 두 대의 항공기가 불과 수초 동안 투하한 플래스틱 식량꾸러미는 총 5만1,000개.
북부 아프가니스탄 계곡지역에 떨어뜨린 이 식량 꾸러미는 모두 조리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으로 각각의 포장에는 "미합중국 국민들이 보내는 식량선물"이라는 글이 영어로 인쇄돼 있다.
지난 18일 실시된 국방부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제 10차 식량 투하작전은 이렇게 진행됐다. 쌀, 콩 등이 들어있는 이 구호식품은 미군 전폭기들의 탈레반 군 요충지에 대한 공습이 진행되는 것과 병행해서 기근에 허덕이고 있는 마을들을 중심으로 투하됐다.
식량 투하작전의 목적은 미국이 벌이고 있는 전쟁의 대상은 아프간 국민이 아니라 테러리즘과 발레반 당국이라는 사실을 설득시키는 것이다.
적에 대한 공격과 민간인 구호를 병행하는 미국의 이같은 양면전략이 순조롭게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공습에서 미군 전폭기는 아프간의 수도 카불 외곽의 민간 주거지역과 적십자 국제위원회 구호 창고를 오폭, 사상자를 냈다. 또한 국제 구호단체들은 펜타곤의 식량 투하 프로그램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연말까지 최고 750만명의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이 굶주리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습과 함께 지난 7일 개시된 식량 투하작전은 현재까지 50만개의 비상식량 레이션을 탈레반 장악 지역이 아닌 북부와 중부 아프가니스탄에 공수했다.
식량 투하작전이 생각처럼 간단한 것은 아니다.
먼저 국무부는 전 소련연방이었던 아제르바이잔을 비롯, 터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수송기의 비행루트에 포함돼 있는 6개국으로부터 영공 통과를 허락 받아야 한다.
매 식량 투하작전은 C-17 수송기 이외에도 KC-135 공중 급유기, 작전명령과 통제를 위한 조기 경보기, 수송기를 엄호하는 전투기들로 편제가 구성된다. 실제 비행에 나서는 항공기들말고도 이 구호 프로그램의 본부인 독일 람스타인 공군기지에서는 작업 요원들이 판지와 합판을 사용해서 가로, 세로, 높이 7피트의 대형 식량박스를 짜고 이 박스에 식량 꾸러미들을 채워 수송기에 적재한다.
식량 투하작전에 참여하는 C-17 수송기의 평균 비행고도는 2만5,000피트로 매우 높은데 이유는 물론 아프간의 대공포를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고도에서 기체의 문을 열어 식량을 투하해야 하는 탑승 요원들은 급격한 감압 때문에 항상 심각한 위험에 처한다. 심지어는 목숨도 잃을 수 있다.
불과 8초간의 식량 투하를 위해 수송기가 람스타인 공군기지를 이륙, 목적지 아프가니스탄을 왕복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무려 15시간. 조종사등 참가 요원들의 상당수는 20시간 동안 수면 한번 취하지 못하고 마라톤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작전중 가장 어려운 순간은 수송기가 귀환 길에 흑해 상공에서 KC-135기로부터 15분 간 공중 급유를 받는 것이라고 한 작전요원이 귀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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