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지 39년만에 처음으로 딸들과 사위의 배려로 대륙힁단 열차여행을 하게 됐다. 3일동안의 기차여행이 무리라는 가족들의 만류가 있었으나, 열차 침대칸은 가족들의 염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시설들을 갖추고 있었다.
딸과 함께한 뉴욕에서의 첫날 일정은 컬럼비아 대학과 뉴욕 중앙박물관을 찿아 사진 찰영을 하고, 둘째날인 9월 11일에는 쌍둥이 빌딩인 세계무역센터 꼭대기에서 딸과 조찬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운명의 그날. 나는 전날 밤 교회 일로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늦잠을 자고 말았다. 그 장소에 갈수 없었던 나는 TV를 통해 전해지는 광경을 보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세계 경제를 상징하던 뉴욕의 명물이 여객기를 이용한 자살테러로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미국의 군사력을 상징하는 워싱턴의 펜타곤 건물도 여객기 테러에 의해 큰 손상을 입는 장면이었다.
평소 사진찍기를 취미로 하고 있는 나는 역사적, 세계적 사건 현장을 필름에 담고 싶었다. 맨해턴 거리는 평소 붐비던 것과는 달리 적막감 가운데 텅빈 느낌이었다. 겨우 택시를 잡아 타고 테러현장 근처로 데려다 주길 요청하니 운전기사는 지금 정신이 있냐며 야단이었다.
소방서마다 꽃다발이 쌓여갔다. 사진 백에 손이 들어갔다 나왔다하며 차마 카메라를 꺼내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하나의 생명이라도 구츨하고자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불 속으로 뛰어든 소방대원들과 경찰들. 잿속에 파묻힌 무고한 생명들.
모처럼의 대륙힁단 기차여행은 세기적 사건 현장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경황없이 LA로 돌아오게 했다.
박복수<전 미주 방송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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