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과 탄저균 공포가 우리들의 삶을 옥죄어 오고 있는 요즘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몇몇 테러와 관련이 있는 특수 아이템을 제외하고는 모든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사태가 언제쯤 결말이 날 것인지…
흔히 사람들은 전쟁이나 천재지변의 기미가 보이면 매점매석을 한다든가 마켓으로 달려가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사다가 자기 집에 쌓아둔다. 나만 살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그럴수록 나누어 가져야하고 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여길 줄 알아야 더불어 사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가 만들어진다.
이번 뉴욕테러 참사로 가족을 잃은 수많은 피해자들은 얼마나 기가 막히고 앞날이 막막하겠는가. 자녀나 남편을 전쟁터로 보낸 미래의 피해자 가족들은 또 얼마나 가슴 졸이며 하루 하루를 살아갈 것인가. 비즈니스가 안되어 어려움에 처한 이웃 등 이 모든 이들에게 우리는 위로와 격려를 보내야한다. 내가 어려울수록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실천할 때 진정한 마음의 평화가 오고 기쁨이 온다.
한국최초의 맹인 박사가 된 강영우 씨는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 부인 석은옥 여사의 헌신적 사랑과 희생 등 많은 주위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미국인들의 조건 없는 베풂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피츠버그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던 어느 추운 겨울날 랜드마크 (land mark)가 눈으로 덮여버려 길을 헤매며 걷고 있던 맹인 강영우 앞에 지나가던 차 한대가 멈춰 섰다. 그는 피츠버그대 학생이냐고 물었고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태워다주겠다고 하며 친절히 집에까지 데려다 주었다. 내릴 때 명함을 한 장 주면서 캘리포니아 포모나 출신 연방하원의원 "빅터 베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언제든지 워싱턴에 오면 들르라고 했다한다.
훗날 강 박사는 실제로 워싱턴에 갔을 때 빅터 베시 의원을 만났고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강박사 부부가 처음 미국에 유학을 와서 어렵게 공부하던 시절 강 박사 부부의 이야기를 들은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펄 벅 여사는 석은옥 여사를 초대, “세상이 어둡다고 불평하지 않고 그 어둠을 밝히는 하나의 촛불이 된 사람”이라 격려해주어 오늘의 강박사가 있게끔 했다.
당시 한국사회는 맹인은 맹인학교에나 가야했고 맹인이 타면 재수 없다고 하여 버스나 택시도 마음놓고 탈수 없었다. 외국 유학을 가는 것까지 법으로 금지하고 있던 경직된 사회였다. 그러나 강 박사는 그 모든 고난과 시련을 하나하나 극복해 냈다. 인간승리, 한국인의 승리였다. 그 밑바닥에는 미국인들의 기독교정신이 짙게 깔려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사랑의 힘은 그처럼 위대한 것이다. 나는 한국의 국회의원이 빅터 베시 같은 심성으로 남이 안보는 곳에서 사랑을 베풀고 좋은 일을 했다는 소식을 들어 본 일이 없다.
한국에서 가뭄이나 수재로 재난이 닥쳤을 때 우리들은 뜨거운 가슴으로 조국의 부모 형제들을 도왔다. 또 이번 뉴욕테러 희생자들을 돕는 일에도 타 커뮤니티 보다 더욱 큰 정성을 모아주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반드시 큰 일이 일어났을 때에만 분위기에 휩싸여 일회성 성금을 내는 것보다는 일상 속에서 불행을 겪는 이웃 돕는 것을 생활화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일 때 한국인은 세계 어디를 가도 존경받는 민족이 될 것이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것이다. 예년에 비해 조용한 크리스마스가 되어야 할 것 같다. 테러 희생자 가족, 자식을 전쟁터에 내보낸 가족, 생업에 타격을 받아 힘들게 하루 하루를 지탱해 나가는 이웃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출을 줄여 경제적 어려움에 대처하고 올해만은 따뜻한 마음, 공손한 언행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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