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할리웃이 가장 힘차게 움직이는 계절이다.
연말연시 대목을 겨냥, 수퍼스타들을 내세운 대작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되고 호화판 시사회가 화제를 모으는 시기다. 출연배우들은 작품 홍보를 위해 TV 토크쇼와 각종 파티에 얼굴을 내밀고 영화사 간부들은 오스카 수상의 꿈을 키우며 제작비 못지 않은 거액의 광고비를 쏟아낸다.
그러나 금년은 다르다.
9.11 테러로 모든 상황이 크게 변한 가운데 영화사들은 어떤 전략을 세울지 부심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원래 영화배우, 가수 등 명사들에게 무한한 호기심을 갖고 있지만 현재는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토크쇼에는 영화배우, 명사들 대신 생화학 테러전문가와 군관계자들이 등장하고 작품들의 개봉 날짜도 테러의 여파로 계속 변하고 있다.
배우, 감독, 제작자 등 할리웃 관계자들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자신들의 모습이 영리추구로 사람들에게 투영되는 것을 매우 꺼리고 있다.
"현재 같은 상황에서 영화의 마케팅 전략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영화계도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영화사 고위간부의 말이다. 경기둔화는 현재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현상이지만 연말의 영화계는 더욱 절박하다.
그 이유는 연말 할러데이 시즌의 흥행 수입이 할리웃 영화계 연간 매출의 무려 2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9월 테러 전에 이미 1999년 최고 수준보다 7% 줄었던 관객 감소세는 테러 이후 12%선으로 더욱 악화됐다.
11, 12월에 개봉될 수천만 달러 혹은 억단위의 천문학적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는 ‘해리 포터’를 비롯, ‘오션스 일레븐’ ‘몬스터스 잉크’ ‘로드 오브 더 링스’ ‘머제스틱’ ‘바닐라 스카이’ ‘알리’ 등이다. 또한 오스카를 겨냥한 몇몇 작품들도 12월에 개봉, 인기몰이를 시도할 작정이다.
전통적으로 영화의 집중적인 홍보채널은 TV로 전체 광고예산의 75%가 이곳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러나 테러 이후 긴급 뉴스, 중요 기자회견들이 꼬리를 물면서 영화 광고의 프라임타임 확보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결국 영화사들은 차선책으로 뉴스 시간대를 사거나 신문에 광고를 내고 있지만 효과는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 ‘해리 포터’ ‘오션스 일레븐’ 같은 화제작의 시사회도 원래는 호화판, 대규모로 계획됐지만 테러로 출연배우와 제작진들만을 위한 조촐한 규모로 축소됐다.
시사회가 기금모금 행사로 탈바꿈한 경우도 있다.
뉴라인 영화사는 ‘로드 오브 더 링스’의 뉴욕 시사회를 9.11 테러 희생자 성금모금 행사로 바꿨다. 희생자 유가족들을 돕는 의미 있는 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작품 홍보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인 ‘엔터테인먼트 투나잇’ ‘투데이’ 쇼등 TV 프로그램에서 취재할 기회도 배가시키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상당수 신작들의 주제가 승리에 관한 것이어서 불안하고 우울한 현재 분위기에서 미국인들에게 카타르시스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말시즌의 할리웃 흥행 수입이 사상 최고수준이 될 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경기둔화와 테러의 영향으로 미국인들이 여행을 삼가고 지출도 줄이고 있지만 그래도 영화관람은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값싼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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