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차량행렬 속에서 웨스트포인트 정문을 통과하기까지 20분 정도 걸렸다. 정문을 통과하는 모든 차량에 대해 일일이 신분증을 검사하는 헌병의 모습이 매우 바쁘다. 4천여명의 학부형들이 이 정문을 통과하니 얼마나 바쁠까 하고 생각해 보면서 열심히 차를 몰아 앞차를 따라가니 이미 주차장의 반이상이 찼다.
푸른잔디로 뒤덮힌 초대형 주차장에다 주차하고 우리 식구는 다른 여러 학부형들 틈에 묻혀 버스로 갈아탔다. 캠퍼스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학교내에서도 버스를 타야한다. 어느새 버스는 정지하고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마중 나온 아들의 안내를 받아 파티장인 식당으로 들어섰다. 들어선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엄청나게 큰 식당에 들어선 것이다. 4천여명이 동시에 식사하는 곳, 정말 초대형 식당이다. 10명씩 앉을 수 있는 가지런히 놓인 수백개의 테이블, 하나같이 흰색 테이블보로 덮여있고 사방을 둘러봐도 일직선이다.
우리 식구는 지난 4개월 사이에 웨스트포인트를 세번 방문했다. 첫번째는 지난 7월 아들의 입학등록을 위한 3일간의 방문이었고 두번째는 8월로 입학후에 신입생이면 누구나 거쳐야하는 6주간의 고된훈련을 성공리에 마친 것을 축하해주기 위한 방문이었다. 17살의 나이로 집에서 항상 엄마로부터 왕자 대접받던 막내가 생전 처음으로 실전과 같은 고된 야외훈련을 성공리에 마쳤다니 생각만해도 기특하고 자랑스러울 뿐이다. 10월의 세번째 방문은 학교 내부, 기숙사 하며 어떤 교실에서 어떤 교수 밑에 공부하나, 학교 시설은 어떤가 등등을 둘러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6층으로 된 수십개의 석조건물들, 그 사이사이를 오가며 우리 식구는 아들의 안내로 각 교실마다 들어가 보았다. 기숙사에 들어가니 잘 정돈된 침대, 가지런한 구두들, 일정한 간격에 맞춰 걸어논 제복들, 그리고 실탄없는 총, 방안에 있는 세면대와 세탁물통, 한마디로 깔끔하다.
드디어 교실로 안내되었다. 이미 많은 학부형들로 혼잡한 가운데 우리는 수학 교실로 들어갔다. 정복차림의 교수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계급은 대위. 눈동자조차 못 돌리며 숨도 제대로 못 쉬며 공부하는 분위기인줄 알았는데 해맑은 미소에 조용한 목소리로 “존군이 상당히 상위권에서 공부 잘하고 있습니다”한다.
평균 한반에 8명 내지 12명선이란다. 수업시간에 졸리우면 스스로 일어나도록 권유 한단다. 우리는 과학, 컴퓨터 교실 등을 오가며 가급적이면 많이 들러보면서 교수도 만나봤다. 부정직 컨닝은 절대 용서가 안된다. 세계를 이끌고 갈 지도자로 키우는 것이 최종목표인 것이다. 모든게 너무나 질서정연했다.
작년도 입학한 학생들의 통계를 봤다. 약 1만2,000명 지원자중에서 1,100명이 최종합격자. 이중 여학생이 195명. 이 1,110명 중에서 72%(약 792명)가 고교시절 최상 5%내의 학생들이고, SAT 점수 1,500점 이상이 22%, 1,300점 이상이 52%를 차지하고, 학생회장 출신이 222명, 최우등졸업생이 63명, 내셔널메릿 장학생들이 182명, 이글스카웃 출신도 165명, 기타 특기자들도 수백명이나 된다고 한다. 약 4천명의 전체 육사생 가운데 한인학생수가 50여명 이란다. 해가 갈수록 점점 한인 지원자가 많아지고 있단다. 가슴 뿌듯한 일이다.
모두가 하나같이 귀한 존재들이다. 남가주에만 한인 육사생들이 약 20여명이 있다. 치열한 경쟁속에 들어간 이 육군사관학교, 4년 졸업때까지 무사히 공부 잘 끝내기를 바랄뿐이다. 우리식구가 6시간의 비행 끝에 집에 돌아온 시간은 새벽 1시, 몹시 피곤했지만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배우고 보고 온 보람있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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