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까치, 촉새, 종달새, 멧새, 쇠개개비, 힝둥새, 노랑할미새 등은 자신의 둥지에서 뻐꾸기의 알을 무심코 품어준다. 이들 새는 알을 부화하지 않는 속성을 지닌 뻐꾸기가 주인 없는 사이 둥지에 몰래 낳은 알을 영문모른 채 10여일간 보듬어준다.
그리고 알을 깨고 나오면 20여일간 먹여주고 재워준다. 그런데 뻐꾸기 새끼는 배은망덕하게도 둥지에 있는 주인의 알이나 새끼를 등에 얹고 밖으로 떨어뜨려 둥지를 차지한다. 주인은 이렇게 새끼를 잃고 둥지도 빼앗긴다. 모르고 한 것이긴 하지만, 지나친 배려가 화근이 된 셈이다.
먹고 먹히는 동물세계와 마찬가지로 인간사회에서도 얼토당토않게 주인 자리를 내주는 경우가 심심지 않게 있다. 황실의 권위가 추락해 군웅이 할거하던 후한 말 황하 북부에 있는 기주 지역은 한복의 지배아래 있었으며 원소와 공손찬의 세력권 사이에 자리한 ‘샌드위치 땅’이었다. 기주는 옥토라 창고에는 항상 곡식이 가득했고 주변 맹주들은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한복은 의리가 강한 인물이었다. 원소의 아버지 원성의 식객이었던 한복은 동맹군의 총수였던 원소를 끔찍이 챙겼다. 원소가 어려운 처지에 직면하자 쌀을 대량 지원했다. 그러나 점차 세력을 키워간 원소는 한복이 주는 쌀을 받아먹는데 만족하지 않았다.
급기야 원소는 군대를 이끌고 기름진 기주의 땅으로 진군했고, 원소를 배려해 주던 한복은 이에 대처하지 못해 기주를 내주고 만다. 한복은 주변과의 우호관계를 위해 신경을 썼지만 정작 자신이 다스리고 있는 기주의 기본적인 안위에는 소홀하다 화를 당한 것이다. 배려할줄만 알았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연유다.
UC계열 대학들이 전인교육이란 모토아래 올해부터 신입생 선발 때 학업성적뿐 아니라 특별활동을 주요 잣대로 삼겠다고 발표하자 한인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예체능 과외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술이나 음악 실력을 하루아침에 키워줄 방법이 없을까" 혹은 "대학에서 인정해 주는 각종 상장을 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학부모가 한둘이 아니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사회에서 살아온 1세들이라 대학 선발기준 변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들어가고 보자"는 식의 사고방식은 미국의 상아탑에는 맞지 않는다. 대학생활에 필수적인 학업능력을 키우는데 소홀히 한다면 대학에 들어갔다 해도 겉돌기 십상이다. 특기활동 점수 따느라 기본 교과과정을 등한시한다면 주인 자리가 바뀐 것일 게다. 발가락이 아무리 유용해도 발보다 더 커진다면 분명 정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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