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이란 말에 사람들은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당연히 차별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어른 아이의 각종 티켓 값, 수입에 따라 부과되는 세율, 물건의 가치에 따르는 가격 등이 그렇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차별’이 부당하게, 억울하게 받는 대우처럼 주로 부정적인 경우에 사용되기 때문에 이 말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에서 ‘인종차별’이란 기피하는 말이다. 이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이 모두 평등하게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이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루려는 것은 사회나 학교에서의 차별 교육이 아니고, 가정에서 무의식중에 자주 범하고 있는 차별 교육에 관한 것이다. 예사롭게 보는 이런 현상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아무 생각 없이 오고가는 동안에 피해야 하는 차별 의식이 조성된다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는 연령의 차이가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척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언니 또는 형이니까 옳다’ ‘동생이니까 옳다’는 판단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이 흔히 사용되는 이유는 형제간의 질서를 유지하고, 우애를 깊게 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만약 이런 뜻을 살리려면, ‘이 경우는 형이 옳다. 동생이 사과해야 한다’ 혹은 ‘동생이 옳다. 형이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너희들은 형제, 자매라는 특별한 관계이다. 서로 사랑하고 돕는 모습을 보여주면 기쁘겠다’고 부모의 의견을 알리면 된다. 얼마 전에는 할리웃에서 나이 든 배우들에 대한 배역이 적다고 하는 불평이 있었다. 어디서나 자연현상이겠지만 연령차별을 고발하는 재미있는 예이다.
둘째는 남녀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현상이다.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는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 ‘남녀 동등’이란 남녀차별을 없앤다는 말인가. 아니면 남녀의 특색을 없애고 유니섹스 옷처럼, 두루뭉수리로 만든다는 것인가. 하여튼 가정에서는 ‘남자아이가…’ ‘여자아이가…’를 연발하면서 ‘남존여비’ ‘여존남비’의 생각을 불어넣고 있다.
여기서도 남자니까 옳다, 여자니까 옳다는 판단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여자아이는 신체적으로 약하니까 남자아이가 돕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알려주는 것이 좋겠다. 특히 가정에서는 자녀가 부모의 생활상을 보고 배우게 된다. 남자아이의 롤 모델은 아버지이고, 여자아이는 어머니를 보고 배우며, 남녀의 관계는 부모의 관계에서 배우게 된다. 유난히 여자친구를 멸시하는 남자아이의 가정 분위기를 알 듯한 상황들이 가끔 학교에서 벌어진다.
셋째는 중요한 학과와 그렇지 않은 학과를 차별하는 현상이다. 자녀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자랑하는 부모보다는 과학이나 수학을 잘 한다고 기뻐하는 부모가 많다. 소설책 읽기보다는 교과서를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더 많다. 말을 잘 하는 것보다는 글을 잘 쓰는 편을 선호하는 부모가 더 많다.
대학에 갈 때 필요한 SAT에 관계되는 학과가 따로 있지만, 학교 성적은 전학과를 평가한다.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우리의 생활에서는 다방면의 지식과 기능을 필요로 한다. 대학 이전의 교육은 기초지식을 알리고, 기초기능을 연마하는 과정이다. 부모가 가지고 있는 학과의 차별은 자녀들이 적성을 찾아 이것을 향상시키는데 걸림돌이 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적성이란 중요한 가치를 지니며 미래 직업선택의 기준이 된다.
가정에서 부모가 조성하는 연령·남녀·학과의 차별이 학교 교육에서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그런 차별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개성이 다른 귀한 생명체로 보기 때문이다. 가정 교육과 학교 교육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상호 협조하고 보완해야 그 효과를 올릴 수 있다.
가정에서 모르는 사이에 쌓인 연령·남녀·학과의 차별 때문에 이따금 교사들은 당황하며, 이를 시정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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