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보람이다. 삶의 보람은 삶의 생명력이다. 자기 직업에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항상 활기차 보이는 것은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투사 시절 군사정권에서 사형언도를 받았다가 풀려났을 때 "산다는 것이 갑자기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구나" 하고 느껴졌을 때 그것은 곧 삶의 보람을 의미한다.
노벨상을 받은 작가 엘리비젤이 나치수용소 내에서의 삶의 가치에 대해 감동적인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치수용소에서의 최대의 벌은 굶기는 것이다. 사람이 극한 상황에 이르면 섹스 감각도 마비되고 오직 하루종일 생각하는 것이 먹는 것에 관한 것뿐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기에게 배급된 빵을 벌받고 굶주리는 동료에게 선뜻 내준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자기도 먹으면서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는 굶으면서 옆 사람에게 하루 식량을 양보한다는 것은 ‘베푼다’는 경지를 넘어선 신앙적 행동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남에게 빵을 양보하고 굶은 사람이 그 일 때문에 영양실조에 걸려 죽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더라는 것이 엘리비젤의 체험담이다. 그런 사람은 수용소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경우가 많고 오히려 항상 자기 식량만 챙기고 욕심부리는 사람일수록 몸이 허약해져 죽더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스탠포드 메디칼 스쿨의 연구팀에 따르면 자기 건강만 걱정하며 지내는 암환자의 평균수명은 18.9개월이지만 같은 조건에서 남을 도우며 지내는 암환자의 평균수명은 36.6개월로 나타났다. 남을 도우면 보람을 느끼게 되고 이때 체내에 저항물질이 생겨나 건강해지는 모양이다.
하버드 메디칼 스쿨에서도 이같은 실험을 했는데 학생들에게 테레사 수녀의 사회봉사 활동 영화를 보여준 후 혈액검사를 했더니 관람 전보다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는 S-IgA라는 물질이 훨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남을 돕는 감동적인 영화를 보기만 해도 치유물질이 생겨나는 모양이다. 이런 의미에서 해마다 성탄절 때 상영되는 "It’s a wonderful life"라는 영화를 독자들이 한번씩 봤으면 한다. 제임스 스튜어트 주연으로 내용은 사업실패가 곧 인생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내용이다.
크리스마스라 해서 전 세계가 떠들썩한 것은 아니다. 불교 나라인 티벳이나 타이, 힌두교국인 인도나 네팔, 이슬람국인 인도네시아나 파키스탄, 아프카니스탄에는 12월에 크리스마스라는 글자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크리스마스 무드에 젖어 있는데 한국은 기독교 신자가 많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나 일본이 성탄절로 떠들썩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울리지 않는다.
일본국민의 85%가 신토와 불교 신자다. 기독교 신자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도 성탄절이 되면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추리로 장식되고 백화점에서는 캐롤이 흘러나온다. 직장마다 선물을 교환하고 파티를 연다. 크리스마스는 일본에서 완전히 일본식 명절로 본질이 바뀌어 있다. 좌우간 묘한 나라다.
크리스마스는 베푸는 계절이다. 무슨 일로 오해가 있는 친구 사이라 해도 크리스마스 때 카드를 보내거나 선물을 보내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보통 때 선물하면 어색하기도 하고 명분도 없지만 성탄절에는 아주 자연스러워 진다. 크리스마스는 주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전 과정은 하나의 영화다. 이 영화의 감독도 ‘나’고, 주연도 ‘나’다. 자기가 출연하고 자기가 연출하는 작품이다. 따라서 어떤 스토리와 어떤 장면의 영화를 만드는가는 스스로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작품을 아름답게 만들려면 남에게 베푸는 장면도 드문드문 섞여 있어야 한다. 크리스마스는 바로 이와 같은 삶의 보람을 자신이 직접 연출해낼 수 있는 시즌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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