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이 저무는 길목에서 성정경(57) LA총영사를 만났다. 31년 간의 외교관 경력에도 불구하고 수더분한 인상과 부드러운 말투에서 권위의식은 느껴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사람을 가려 만난다’는 불만을 털어놓지만 그는 공관 내에서 ‘민주적이고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 총영사로 통한다. 임오년 새해를 목전에 두고 지나간 한 해의 이야기와 새해 계획을 들어봤다.
-부임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아쉬움이 남는 일은.
▲월드컵후원회와 관련한 잡음과 팔만대장경 공연의 무산이다. 국가적인 대사를 앞두고 범 동포사회 차원의 후원회가 결성되지 않아 아쉽다. 하지만 그 같은 문제 때문에 공관이 월드컵 홍보업무를 게을리 할 수 없다. 총영사관은 앞으로 후원회와는 별개로 자체 홍보사업을 펼칠 것이다.
-10기 평통이 출범했다. 8·15행사 등을 놓고 과거 한인회와 갈등이 있었는데.
▲남북문제나 통일문제는 평통이 주역이 돼야하고 한인회는 동포사회 현안에만 주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부임 후 투서를 받은 적이 있는가.
▲아직까지는 없었다. 민원업무에 대해서도 투서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 누구든 억울한 일이 있으면 정부에 탄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근거 없는 악성 투서는 자제돼야 한다.
-여러 단체들이 총영사관의 재정지원이 여전히 인색하다고 불만인데.
▲예산사정 상 1년에 단체행사 지원금으로 할당된 돈은 2만4,000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해에만 오렌지카운티 한인회관 건립에 3만달러, 한인봉사단체연합회(KOA)에 7,000달러, 도산동상건립에 총 13만달러를 지원하는 등 필요한 곳에는 예산을 썼다. 큰 사업은 재외동포재단이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주류사회 인사들과 많이 만났는 데 성과는 있었는가.
▲주류사회와의 대화창구를 트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미국관료들은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만남 자체를 무의미하게 생각하는 반응이었다. 앞으로는 한인 단체장들과 함께 주류사회 인사들을 찾아가 구체적인 현안들을 논의하겠다.
-5년 동안 시간을 끌던 한국교육원이 정상운영에 들어갔지만 재원조달 문제가 남아있다.
▲510만달러의 기금은 건물구입과 내부수리비로 모두 사용해 현재 1만여달러가 마이너스인 상태다. 매년 교육부에서 30여만달러의 지원을 받도록 돼있지만 장기적 안목에서는 안정된 재원을 확보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지난 한해동안 자신의 업무평점을 스스로 매긴다면.
▲낙제점은 면하지 않았겠는가. 최소한 70점은 되리라고 본다.(웃음)
-새해에는 민원실을 현재의 2층에서 1층으로 옮긴다는 계획인데.
▲민원실은 공관의 얼굴이다. 민원인들이 넓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민원실을 만들겠다. 공관의 보안문제도 중요한 고려대상이었다. 이전 시기는 퍼시픽유니온뱅크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직후가 될 것이다.
-새해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직장에 다니는 두 딸이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웃음) 직원들과도 늘 화합하고 부족한 업무분야를 동포 편의위주로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 모든 업무는 일선 직원들이 알아서 하고 나는 뒤에서 조용히 보조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아마도 역대 LA 총영사들 가운데 내가 가장 마음이 편한 축에 속할 것 같다.
<하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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