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체인 ‘웬디스’의 창업 회장으로 800회 이상 자사 광고에 주연한 데이브 토마스가 지난 8일 간암으로 세상을 떴다. 향년 69세.
햄버거 업계에서는 빨간 머리 어릿광대 로널드 맥도널드 다음으로 유명한 토마스의 얼굴은 버거라면 모르는 것이 없는 대기업 회장의 풍모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자상한 옆집 아저씨 같은 친숙함이 특징이었다. 그가 자사 광고에 800회 이상 출연한 것은 스스로 잘나서가 아니라 바로 웬디스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미지였기 때문으로 회사의 자잘한 일에서는 손을 뗀지 10년이 지나도록 고객들은 토마스는 언제고 어느 식당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손님이 주문한대로 버거를 굽고 있는 것으로 느껴왔다.
그런 인기 때문에 웬디스는 목하 고민중이다. 얼굴 하나로 지구상의 그 누구보다 많은 햄버거를 팔아온, 미국 광고사에 우뚝 솟을 우상적 존재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다. 웬디스의 잭 슈슬러 회장은 "데이브는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였다. 무리없이 전환할 3년계획을 수립중"이라고 말하지만 그 일이 말만큼 간단치는 않을 것이다. 빨간머리 어릿광대부터 치와와까지 온갖 것을 내세워 연간 1260억달러의 매상을 올리는 햄버거업계에서 토마스가 출연한 광고에 내재된 메시지는 한결같이 "자기네 식당 음식이 좋다는 이 사나이의 말을 어떻게 믿지 않을 수가 있는가?"고 토마스 개인의 신뢰도에 호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마스의 사망 소식이 퍼진 후 웬디스는 그가 출연하는 광고를 모두 중단했지만 앞으로 6개월쯤 지나면 그의 얼굴 그림이 등장할 것으로 광고계는 보고 있다. 1980년대 말에 KFC가 커널 샌더스가 죽은 후, 바로 그렇게 했다. 아니면 토마스가 1969년에 창립한 ‘웬디스’라는 이름의 주인공인, 토마스의 딸 웬디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1995년 사망한 팝콘 할아버지 오빌 리덴바커는 즉시 그와 모습이 닮은 손자 개리로 대치됐었는데 평소 나서기를 꺼리는 토마스의 딸 웬디는 아직 한번도 광고에 등장한 일이 없다.
햄버거 업계에서 토마스는 거의 신과 같은 존재로 잭 그린버그 맥도널즈 회장은 "진짜 개척자"라고 말했고 타코벨, KFC, 피자헛을 운영하는 트라이콘 글로벌의 데이빗 노박 회장도 "전설적 존재"라고 평가했다. 입양아 출신으로 꾸준히 입양 옹호운동을 펼친 그를 두고 힐러리 로덤 클린턴 상원의원도 "아이들에게는 누구나 사랑하는 안정된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그의 생각을 존경해왔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그의 인기는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8일, 6000여 매장이 모두 북적이고 이 회사 웹사이트마저 잠깐 다운될 정도로 손님이 많았던 것에서 알수 있다. 이에 웬디스사는 재빨리 그의 유해를 플로리다 집에서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웬디스 본사로 옮겨와 9일과, 10일에 대중들이 문상할 수 있게 했다. 그의 죽음은 TV 토크쇼 계에서도 국가 원수의 사망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았다.
보통 사람중에서도 보통 사람이었던 그의 일생은 그리 보통은 아니었다. 부모도 모르는채 태어난지 6주만에 입양되었지만 자주 이사다니는 불안한 환경에서 자란 그는 식당에서 즐겁게 식사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너무 부러워서 12세때, 장차 식당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15세에 학교를 중퇴하고 식당에서 일하기 시작한 그는 나중에 KFC를 창립한 할랜드 샌더스 대령을 만나 그의 밑에서 몇 년간 일하다가 1969년에 웬디스를 개업했다.
햄버거에 절대 얼렸던 고기를 쓰지 않고 주문받은 다음에 조리하기를 고집한 그가 1989년에 웬디스 광고제작사에 하도 자사 제품에 대한 잔소리를 해대서 참다못한 제작사 사장이 한번 직접 해보라고 제안한 것이 800여회로 이어졌고 그의 광고 덕분에 웬디스는 세 번째로 큰 햄버거 체인으로 부상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