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해외에선
▶ "지겨운 사이 청산, 맡겨만 주세요"
요즘 일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직종 가운데 하나가 ‘관계 파괴업’이다.
염증이 날대로 나버린 배우자, 단물이 빠진 연인, 사이가 틀어진 동업자들을 뒤탈 없이 깨끗이 몰아내주는 게 이들의 업무다.
관계 파괴업자들에 대한 수요 증가는 일본의 전반적인 사회분위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겉내와 속내가 다르다는 평을 받는 일본인들은 정면으로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기로 유명하다. 웬만해선 ‘No’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상대가 싫어도 싫다는 내색을 하는 법이 별로 없다. 따라서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데에도 누군가 중간에 나서 처리해 주기를 원한다.
게다가 일본은 아시아에서 물신풍조가 가장 짙게 배어든 나라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돈으로 사들일 수 있고, 골치 아픈 문제 역시 돈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확산되어 있다. 도덕성의 해이가 수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관계파괴를 대행해 주는 ‘비밀공작원’들이 활개를 친다.
관계 파괴요원들은 고객의 의뢰가 들어오면 조사에 착수한다. ‘제거’해야 할 대상의 취미와 일과, 직장에서의 평판, 의료기록, 과거의 연인 등까지 샅샅이 조사한다. 상대의 약점이 없으면 미끼를 던져 결정적인 압력 요인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이들의 일이다. 일단 상대에 대한 정보수집이 끝나면 ‘시나리오’를 짜고 ‘함정’을 판다.
한결같이 미남, 미녀들로 구성된 관계 파괴요원들은 가장 떼어내기 쉬운 표적은 ‘색’을 밝히는 남성들과 돈 때문에 유부남과 정분을 맺은 정부들이라고 귀띔한다. 사회적 명망이 높은 타겟일수록 처리가 간단하다. 이들만큼 스캔들을 겁내는 족속도 드물기 때문이다.
상대의 취미와 기호까지 낱낱이 파악한 관계 파괴요원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은 미인계. 요원들이 상대에 자연스레 접근해 유혹한 후 덜미를 잡아 의뢰인과의 관계청산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옛 연인을 고용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는 작전도 구사한다.
관계파괴 공작원들은 "수입도 짭짤하고 스릴이 있어 좋긴 하지만 오래 할 짓은 못된다"고 입을 모은다. 인간관계라는 게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 사랑이 얼마나 지속성 없는 감정인지 나날이 확인하다 보니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싹 가시더라는 미혼 요원들도 한둘이 아니다.
그림자 서비스라는 관계 파괴 회사를 운영하는 요시다는 "인간성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서 나 자신이 황폐해지는 것을 느꼈다"며 "사람을 불신하게 된다는 게 이 분야의 직업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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