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마크는 아직도 스테디엄의 양편을 장식하고 있다. 도난당하지 않고 온전하기 남아 있는 이유는 너무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스테디엄의 철제 계단등 구조물은 쇠톱으로 잘려나가 흉물스럽지만 이 황량한 광경도 이곳에서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지는 증언하지 못한다.
불과 수 주일 전까지만해도 타원형 콘크리트 스탠드로 둘러싸인 이 축구장 내부는 탈레반에 의해 공개처형장으로 사용됐다. 나치독일같은 공포로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지배한 회교 극단주의 탈레반 정권은 축구 골대의 크로스바를 교수대로 사용했다.
하지만 현재 전화도 없이 낡은 가구 몇 점만 굴러 다니는 지저분한 스테디엄의 콘크리트 사무실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을 국제 스포츠계에 뿌리내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산악국가 아프가니스탄은 스포츠 강국은 아니지만 탈레반이 집권하기 전까지 60년간 꾸준히 올림픽에 참가했었다.
"올림픽 운동은 탈레반의 등장과 함께 중단됐다. 그들은 경기대신 기도를 하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 탈레반은 물러갔다. 올림픽 운동을 다시 시작할때다"
아프가니스탄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신임위원장 사이드 다슈테는 말한다.
다음 달에 열리는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아프가니스탄 선수는 없다.
23년간의 긴 내전으로 파괴된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것처럼 올림픽 운동도 처음부터 새롭게 출발하고 있다.
치열한 내전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용감한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은 지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 참가했었다. 그후 권력을 장악한 탈레반 정권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참가를 허가하지 않았다.
탈레반 정권은 아프가니스탄의 정상급 선수들, 특히 여자선수들의 경기참가를 엄격하게 금지시켰다. 결국 이들 운동선수들은 국외로 탈출했다. 이 선수들이 귀국할지는 최근 정권을 잡은 과도정부에 달렸다.
"지금은 선수들에 지급할 운동복도 먹일 식량도 없다"
다슈테는 말한다.
아프가니스탄 운동선수들을 돕기 위한 움직임은 해외에서 일고 있다.
이탈리아는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에 참가할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의 항공경비를 부담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축구, 배구, 권투, 테니스, 육상 등의 종목에 출전할 방침이다. 물론 대표팀은 여성들의 활동을 철저하게 제약했던 탈레반 정권때와는 달리 남녀선수를 모두 포함한다.
탈레반 정권의 축출과 함께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도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탈레반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은 올림픽 참가가 금지된 유일한 국가였다.
최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출전금지조치를 해제하기 위해 곧 특사를 카불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탈레반 정권하에서 금지됐던 종목들 가운데 축구, 역도등은 이미 활기를 되찾았다.
스테디엄에서는 현재 여덟 개 팀으로 구성된 축구리그가 경기를 벌이고 있다. "종교경찰이 수시로 와서 수염의 길이를 쟀었다. 다리의 맨살이 노출되지 않는지도 조사했다. 더운 날씨에 온 몸을 가리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다"
축구선수 모하메드 자헤르(25)는 말한다.
인근 사이드 역도 및 육체미 클럽도 올림픽 꿈을 키우며 근육을 키우는 선수들의 땀으로 열기가 뜨겁다.
체육관 책임자 하마운은 "여기에서 챔피언 서너 명이 나올 것"이라며 들뜬 목소리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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