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본능적인 욕심이 있다. 식욕, 성욕, 재물욕, 명예욕, 권력욕은 누구에게나 잠재해 있는 욕심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무서운 것이 권력욕이다. 다른 욕심은 타인에게 별로 피해를 주지 않지만 권력욕은 경우에 따라 남을 밟거나 죽이기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역사에서 “권력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이야기 할 때 당태종과 측천무후의 집권과정이 자주 인용된다. 차남이었던 당태종은 자신이 세자에 책봉되기 위해 형과 아우의 목을 벤다. 그리고는 몇 달후 아버지도 황제 자리에서 밀어내고 자신이 취임한다.
측천무후의 경우는 당태종보다 더 잔인해 전율스럽기까지 하다. 당태종의 후궁이었던 그녀는 당태종이 죽자 황후를 옥에 가두고 팔과 다리를 잘랐으며 자신이 직접 후계자가 되기위해 친아들 3명을 독살하고 2명의 손자손녀를 때려 죽였으며 2명의 이복자식과 그들의 자손 16명을 처형한다. 그리고는 여자의 몸으로 황제에 올랐다. 중국역사에서 권력을 휘두른 여걸은 서태후, 여후 등 몇 명이 있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왕후의 위치에서 천하를 호령한 것이지 측천무후처럼 여황제가 된 것은 아니다.
당태종과 측천무후는 권력을 잡기위해 부모, 형제, 손자들까지 죽이거나 해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가장 잔인한 집권자에 속한다. 그렇다면 중국역사 5천년에서 황금기는 언제였을까. 당태종과 측천무후 집권시절의 1백년을 사가들은 꼽는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당태종은 전무후무한 명군으로 칭찬받고 있으며 그가 신하들과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정관정요’는 중국 통치자들의 교과서처럼 되어 있다.
이 두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통치했길래 집권에 하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라가 번창할 수 있었는가는 오늘의 한국정치가 교훈으로 삼을만하다.
무엇보다 당태종은 사람을 적절히 쓰고 이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였다. 형을 죽였지만 형의 참모였던 정직한 위징을 자신의 재상으로 삼았으며 백성들의 상소문을 벽에 걸어놓고 오며가며 읽었다. 어느날 당태종은 위징에게 “어떻게하면 임금이 신하의 거짓된 보고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을 때 위징은 “문제를 내놓고 여러사람이 자유스럽게 토론하도록 하면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리더가 혼자 결정해 지시할 일이 아니라 회의에서 자유스런 토론만 보장하면 저절로 좋은 정치가 된다는 이론이다.
측천무후의 경우는 좀 다르다. 그는 집권하자마자 그동안 자신을 도운 참모들과 결별했다. 측천무후에 대한 쿠데타를 적발하여 진압한 공로를 세운 2명의 장군도 죽여버렸다. 자기 공로를 믿고 너무 설친다는 것이 그 죄명이었다. 그리고 일가친척을 모두 공직에서 쫓아 냈으며 실력있고 참신한 인재들을 과감히 등용하여 선정을 베풀었다. 무엇보다 부정부패 단속에 엄해 뇌물받는 공무원은 참수에 처했다. 측근을 모두 갈아버리니 날뛰는 자가 없었고, 신진을 기용하니 선비들의 사기가 올랐고, 부정부패를 없애버리니 백성들의 마음이 편했다. 당태종과 측천무후는 누구나 말할 수 있는 통치원리를 몸으로 실천해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참모는 물론이고 싫어하는 사람들의 충고에도 귀를 열고, 친척과 집권공로 가신들을 중요직책에 앉히지 않고, 부정하면 측근도 가차없이 처벌하면 민심이 가라앉고 정치가 잘되게 되어 있는 법이다. 요즘 한국정치를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권력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정치해야 민심을 다스릴 수 있는가”가 숙제로 떠 오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민심이 천심”이란 말이 있지만 그 천심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통치자에게는 중요하다. 민심을 잘못 읽으면 천심의 내용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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