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소프트’ 대 ‘오러클’’선’의 10년 대결
사업상 경쟁을 하다보면 때로 공개적으로 상대편을 깍아 내리는 수가 있다. 미디어 재벌 테드 터너가 같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을 두 번이나 히틀러에 비긴 것이 그런 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컴퓨터 업계에서 10년을 끌고 있는 CEO간 독설 경쟁에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처럼 크고 중요한 기업 회장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로를 지독하게 씹어댄 사례는 미국 역사에 없었다. 솔직히 미국 기업의 구경꾼들에게는 가장 재미있는 일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업계 내부인사, 관측통, 심지어는 당사자들마저도 하이텍 업계의 혁신과 평판에 흠집을 낼 정도라는 소리가 커가고 있다.
문제의 당사자들은 래리 엘리슨 오러클 회장과 스캇 맥닐리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회장이 한편이고 그들의 적인 다른 편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와 빌 게이츠 회장이다.
엘리슨과 맥닐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게이츠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공개적으로 때로 개인적이고 웃기기까지 하는 호된 비난을 퍼부어 왔다. 엘리슨은 마이크로소프트사 제품들을 ‘형편없다’고 질타하며 게이츠가 손가락질하는 그림을 컴퓨터로 합성하여 보여주면서 직원들을 독려했다. 맥닐리도 게이츠를 ‘멍청이’라고 부르며 그의 경영능력을 어릿광대에 비유하고 미래에는 ‘인류 대 마이크로소프트’의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와 게이츠 측은 속으로만 삭였지 일체 공개적으로는 대응하지 않았으니 사실 싸움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이 전쟁은 하도 오래 지속되어 업계 사람들은 의례 그러려니 하는 반응이다. 엘리슨이나 맥닐리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욕하지 않고 연설을 끝내면 뭔가가 빠진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문제는 그것이 의례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회장이 시티코프 회장을 ‘멍청이’라고 불렀다가는 사람들이 놀라 자빠졌을 일이다. 전직 아메리컨 모터스 회장으로 현재 미시건대학 교수인 제럴드 마이어스는 "서로 싫어할 수는 있지만 컨트리 클럽에서 마티니 잔을 앞에 놓고 할 얘기들이 언론 매체에까지 보도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라고 말한다. 하바드 경영대학원의 리차드 놀런 교수도 "터무니없이 약삭빠르고 적의에 찬 실리콘 밸리의 특성이 드러나는 행동으로 하이텍 업계가 워낙 유아기이므로 그런 유치한 행동들이 용인되는 모양"이라고 혹평한다.
사실 세 사람은 모두 남달리 열정적이고 정력적인 인물들로 자신과 회사를 분리시켜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엘리슨은 오러클을 창립했고 맥닐리는 선,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창립해 오늘날까지 키워왔는데 마이크로소프트 때문에 시장에서 손해본 선과 오러클이 아기곰을 감싸는 어미곰처럼 화가 난 것은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다시 보면 마이크로소프트만큼 쓸만한 적도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제품을 만드는데다가 그 회장은 세계 최고의 부자로 이름이 나 있지만 선과 오러클은 대중적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므로 어떻게든 마이크로소프트나 게이츠를 걸고 넘어지면 돈 한푼 안 들이고 자신과 회사 선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테드 터너 대 루퍼트 머독, AT&T 대 MCI, 펩시대 코카 콜라, 제너럴 모터스 대 포드, 버거킹 대 맥도널즈등 미국의 라이벌 기업들은 줄곧 말싸움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그 싸움을 한 차원 더 높였거나 낮춘 것으로 평가되는 맥닐리, 엘리슨 대 게이츠의 대결도 오래되다 보니 지겨워진다고 말하는 업계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다 못해 맥닐리까지도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 언론이나 업계 사람들이 꼭 자기에게 마이크로소프트에 관해 한마디 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계속한다고 말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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