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원의 월드컵 16강 진출이 가능할 만큼 한국 축구 대표팀의 기량이 향상되기를 기대하면서 지난 주말 골드컵 경기장을 찾았다. 어려운 걸음을 하였는데 너무나도 실망이 컸다.
유상철의 페널티 킥 실패 때문도 아니고 2대1로 미국에 패배한 때문도 아니다. 약한 팀에게 질수도 있고 페널티 킥을 실수할 수도 있는 게 축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여러 선수들의 기량이 생각만 못했던 데 실망했고, 경기를 관람하러 온 한인들의 무질서가 실망스러웠다.
한국경기는 멕시코 경기 다음이어서 먼저 있었던 게임을 관전한 사람들은 돌아가고 한국 게임을 구경할 사람들은 입장하느라 경기장 입구가 붐볐다. 그런데 영어도 제법 하고 미국에 꽤 오래 거주해 최소한의 미국식 질서를 알만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너무 한심하였다.
구장으로 연결되는 게이트 굴속으로 한국경기를 보려는 사람들이 마구 밀고 들어오자 게이트 관리 봉사원들은 나가는 사람들을 먼저 밖으로 보내기 위하여 들어오는 한인들을 앞에서 막았다. 하지만 한인들은 마구잡이로 미국식 욕을 연발하면서 거세게 밀고 들어왔다. 결국 경찰이 와서 “표를 들고 한사람씩 밀지 말고 천천히 들어오시오. 만일 미는 사람이 있으면 현장에서 체포하겠습니다”라는 굴욕적인 말까지 했다.
축구경기 진행 중 너무 자주 들락날락 하는 것도 문제였다. 물 사러, 화장실 가려고, 핫덕 사려고, 아는 사람 만나서 인사하려고, 전화 받으려고,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데 좌석의 가운데 앉은 사람이 움직이려면 최소한 15명은 자리에서 일어나야 지나갈 수가 있다. 그 좁은 통로를 한인 아주머니가 당연하다는 듯이 여러 번씩 지나다녀 나는 결정적인 순간을 못 보고 놓치고 말았다.
응원단도 무질서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응원단쯤 되면 구장 질서를 잘 지켜야 할텐데 마구 들락날락 거리고, 꽹과리를 너무 마구 두들겨서 한인인 내가 듣기에도 너무 시끄러워 정신이 없었다. 사물놀이는 참으로 화음이 잘 되어 흥을 돋게 할수 있는 음악인데 그 효과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아 아쉬웠다.
이관수/토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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