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사업을 중단하느냐 아니면 한국 정부가 사업의 주체로 나서느냐로 논란이 한창이다.
관광이란 무엇인가. 즐거운 마음으로 구경하는 것이다. 그런데 금강산 관광은 즐겁기는커녕 도착하는 날부터 떠날 때까지 너무 긴장해 계속 가슴을 조여야하니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 혹시 사진 찍다가 간첩으로 오해받는 것 아닌가. 말 잘못해 억류되는 것 아닌가 등등 사서하는 긴장이다. 배 안에서 한시간 관광교육이 실시되는데 무엇무엇 하지 말라가 어찌나 많은지 외우기조차 힘들 정도다.
새벽에 장전항에 입항하면 금강산이 나타나는데 "사진 찍지 말라"는 선내 방송을 귀따갑게 들어야 한다. 북한의 해군기지라나. 아니 한국의 정보요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다 찍어 가고도 남았을 일을 뭘 가지고 군사기밀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배에서 내리면 입국수속을 밟게 되는데 망원렌즈 달린 카메라는 된다. 디지털 카메라도 안되고 디지털 캠코더도 안 된다. 요즘 세상에 줌이 안 달린 카메라가 어디 있으며 디지털 아닌 것이 어디 있는가. 또 버스 타고 지나가면서 인민군 초병이나 길가의 북한 마을을 사진 찍어도 안 된다. 안 되는 것이 아니라 큰일난다.
금강산에 도착하면 이번에는 북한 안내원이 포함된 장면은 촬영하면 안 된다고 엄포 놓는다. 그들을 빼고 찍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산 위에 올라가면 공중 화장실은 없고 유료 화장실만 있는데 소변은 1달러, 대변은 4달러나 받는다. 입산료를 1인당 200달러가 넘게 냈는데 화장실 사용료를 따로 받으니 이건 관광객을 무슨 봉으로 아는 건지 불쾌하기 짝이 없다.
가장 희극은 배 안에서 밤에 사진을 찍으면 플래시가 터지게 마련인데 승무원이 하얗게 질려 쫓아온다. 플래시 빛이 밖으로 새 나가면 북한 공안요원이 배 출항을 연기시킨다는 것이다. 카메라 플래시는 보통 4~5m가 유효거리다. 밤중에 몇 백m 뻗치는 플래시가 세상에 어디 있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북한에 달러 보태주러 왔나 싶은 생각까지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을 마치고 나면 가슴에 깊이 새겨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남북통일은 정말 어렵겠구나" 하는 느낌이다. 북한 안내원들과 이야기해 보면 말이 통하지를 않는다. 금강산 가는 길에 있는 마을들은 들여다보지 못하게 담을 쌓아 놨는데 시범주택이라는 집들이 왜 그렇게 초라한지. 전기도 없다. 마을에 개가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가 없다. 산 길목에 서있는 북한측 안내양의 손들을 보면 태권도 선수처럼 손이 크고 마디가 굵다. 노동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입만 열면 그저 ‘통일’이다. 그 예쁜 얼굴에서 어떻게 그렇게 딱딱하고 멋없는 이야기만 나오는지 안타깝다. 금강산 오르는 도중 김일성 주석이 앉은 곳, 약수 먹은 곳, 심지어 이곳이 경치가 좋다고 말한 곳에까지 수없이 위대한 수령을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고 관광객이 건드릴세라 아가씨 2명이 지키고 서 있다.
이러니 관광사업이 호평 받을 리 없다. 볼 것도 별로 없고 돈 내고 스트레스를 사는 기분이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을 북한 알기 학습장으로 간주한다면 거기에는 의미가 있다. 북한에 관한 백번의 강의보다 한번의 금강산 관광이 북한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한국 정부가 앞으로 학생들의 수학여행 코스로 금강산 관광을 선택하려는 의도는 매우 교육적인 프로그램이다. 금강산 관광은 관광 측면에서 평가할 일이 아니다. 북한 학습장이다. 미주 한인들에게는 더욱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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