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진학을 생각하던 고교 2학년때 의대생이던 형이 나에게 읽어보라고 준 글이 있었다. 스페인의 저명한 의학역사 및 철학자였던 마티 이바넷즈 박사가 쓴 논문이었다.
그는 의사를 가리키는 세가지 단어의 어원부터 설명했다. 의사(physician)와 닥터(doctor)와 메딕(medic)이 그 단어들이다.
첫째, physician 이란 말은 자연이란 뜻의 희랍어 physis에서 왔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우리 몸안에 자연이 있는데 그것이 기능을 잘하면 건강한 상태이고, 어떤 이유로든지 본래의 역할을 못하면 질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생각은 요즈음의 의학지식으로 볼 때도 맞는 말이다. 그러므로 의사란 자연에 대한 이해가 철저하고 그 자연이 우리 몸 안에서 원만히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란 것이다.
둘째, 닥터는 선생이나 스승을 말한다. 흔히 의사선생님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환자가 어떻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가르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만성 성인병인 당뇨병이나 고혈압 혹은 정신질환에 있어서도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혹자는 미래의 의학은 예방이라고 하는데, 예방에서도 건강교육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medic이란 말은 영어의 묵상(meditation)이 그 어원이다. 의학이라는 medicine도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의사는 환자의 회복을 위해서 매일 묵상한다는 뜻이다.
동양에서도 의술은 인술이라해서 보통의 직업과는 다르게 보았다. 서양에서 말하는 전문직은 원래 의학, 법학 및 신학만을 의미했다.
요즈음은 의료전달체계가 복잡해지고 많이 상업화해서 옛날 그리스인들이 생각했던 의사의 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러나 의사라는 말의 의미를 늘 음미하면서, 환자에 대한 공감대 그리고 고도의 윤리성을 유지하는 것은 현대의 의사들이 잊지 말아야 할 덕목인 동시에 필수조건이다.
사실 지금은 의사 노릇하기에 흥분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역사이래 가장 풍부한 의학적 지식과 테크놀로지가 축적되어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의료비의 급상승으로 의료계가 심한 난기류에 휩싸여 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아이로니컬하게도 현재는 의사노릇하기가 가장 힘들다는 말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전환기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서 의사로서 출발할 때 가졌던 가치관과 이상을 지키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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