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마다 자녀들의 탈선으로 겪는 고통 때문에 신음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부모들은 그래도 최선을 다 한다고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청소년들의 탈선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만 있다. 땅을 쳐봐도, 애원을 해봐도 소용없어 아예 이제는 포기한 부모들도 많다. 이대로 간다면 1세들이 피땀 흘려 일구어온 이민의 공든 탑이 속절없이 무너져 버릴 것 같아서 두렵기만 하다.
과연 우리는 이대로 우리의 자녀들을 포기해야만 하는가. 우리가 자녀들을 포기한다는 것은 미래를 포기한다는 말인데 과연 길은 없는 것일까.
자녀 탈선의 문제에 대해 관계 기관에서는 여러 가지 해법과 예방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교회들과 청소년 단체들의 역할론도 대두되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의 탈선을 조장하는 여러 업소의 업주들의 각성이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맞다. 사회 전체가 달려들지 않으면 쉽사리 풀리지 않을 문제가 청소년 문제이기 때문에 전방위적인 협조와 노력이 필요하다. 청소년 탈선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한인 사회 전체가 그 전쟁에 임해야만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인 사회 전체가 이마를 맞대고 협력한다고 할지라도 뭐니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과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자녀는 가정과 부모에게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성장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녀는 부모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게 되어 있다. 자녀는 부모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대부분 그대로 물려받게 되어 있다.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못된 나무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성경의 진리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도 여실히 적용된다. 그래서 성경에도 보면 의롭고 경건한 부모 사가랴와 엘리사벳에게서 시대의 양심이었던 세례 요한이 태어났고, 부도덕한 조상 유다의 혈통을 따라 이스라엘의 문제아 아간이 태어났다.
경건한 부모 엘가나와 한나에게서 이스라엘의 왕정 시대를 연 선지자 사무엘이 태어났고, 나태한 제사장이었으며 무책임한 아버지 엘리에게서 불량자 아들들이 태어났다. 그러한 예들은 부모를 보면 자녀의 미래가 보이고, 부모의 현재가 자녀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역사적 사실들이다.
그러므로 오늘 부모의 삶은 부모의 삶만으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다. 오늘 부모들은 자녀들의 미래를 살고 있는 것이다. 오늘 부모들의 삶은 자녀들의 미래의 삶을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너무 극단적인 말인지는 몰라도 한인 청소년들의 탈선은 이미 그 부모들을 통해 예고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내가 현재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예고편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부모인 우리들이 점검하는 것이 청소년 탈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로 그것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평범한 진리를 숙어사전에서 꺼내어 실제로 적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영화에는 여러가지 등급이 있다. 부모가 어린 자녀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는 G등급이나 PG등급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도저히 어린 자녀들과 함께 볼 수 없는 영화, 절대 어린 자녀들에게 보여줘서는 안 되는 영화는 R등급으로 분류된다. 과연 우리 부모들의 삶을 영화의 등급으로 분류한다면 무슨 등급의 판정을 받을 것인가. 한인 부모들의 삶은 언제든지 자녀들이 마음껏 볼 수 있고, 보고 즐거워할 수 있고, 보고 배울 수 있고, 보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G나 PG등급인가.
혹시 자녀들이 절대로 보아서는 안 되는, 보고 배울 것이라고는 없는 R등급은 아닌가. 보려면 도저히 낯뜨거워서 볼 수가 없는 R등급, 상상을 초월하는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고 알콜과 마약이 범람하는 등급은 아닌가.
부모들의 삶이 R등급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삶이라면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 그 등급을 바꾸어야만 할 것이다. 청소년들을 향한 유혹들이 도처에 혀를 널름거리는 세대에 자녀들의 미래를 위하여 부모들이 먼저 맑은 윗물의 삶, 아름답고 감동적인 예고편의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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