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초에 대대적 공식 축하행사 열릴 예정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6일로 즉위 50주년을 맞는다.
대영제국의 위세는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고 식량은 배급되는 가운데 주부들은 하루에 일하는 15시간중 4분의 1을 부엌에서 보내고 3개 가구중 하나는 목욕탕이 없었던 50년전, 그녀의 취임은 우중충한 전후 분위기 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희구하는 영국 사람들에게 예술적이고 사교적이고 산업이 융성한 엘리자베스 시대의 재림을 기대하게 했다.
50년이 지난 오늘 엘리자베스 2세는 그 모든 것을 바꿔 놓지는 못했지만 영국은 확실히 달라졌다. 오늘의 영국은 여왕이 자라던 시절과 완연히 달라져 유서깊은 중공업들은 서비스업으로 대치됐고 섬나라 영국은 아직 그 독특한 개성을 누리고는 있으나 유럽 대륙과 더욱 가까와졌다. 정치력은 지방으로 분산됐고 사회는 점점 인종적, 종교적으로 다원화되어 가고 있다.
21세기 초에 찾아온 여왕의 즉위 50주년을 영국인들은 어떻게 치를 것인가? 1977년의 25주년 기념식 때 수백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파티와 축배를 들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올해는 6월 1일부터 4일까지를 공식 휴일로 지정하고 연주회, 불꽃놀이, 기도회, 행진등을 벌인다. 물론 버킹엄 궁 발코니에서의 여왕의 그 유명한 손짓도 예정되어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아버지 조지 6세가 세상을 뜬 1952년 2월 6일, 기울어가는 나라의 수장이 됐다. 대영제국의 최대 식민지 인도가 독립하던 1947년에 젊은 공주였던 여왕은 50년후 조차지 홍콩이 중국의 손으로 넘어갈 때 중년이 된 아들 찰스 황태자를 보냈다. 그동안 사회주의와 대처주의, 비틀즈, 펑크를 모두 겪었으며 세금까지 내게 됐다.
여성해방운동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일하는 여성이었던 여왕은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우아한 세련미의 상징이었다. ‘여왕은 영국민들의 이상을 상징합니다. 여왕은 양심, 힘, 예의와 엄숙의 화신이자 헌신적인 아내요 어머니입니다"고 역사학자이자 왕가의 전기작가인 필립 지글러는 말한다.
영국이라는 나라의 통일과 영속성, 법통을 상징하는 여왕이지만 현재 국정에서 그녀가 맡는 역할은 2차적이다. 이제 나라는 그녀가 재임중 10번째 임명한 수상인 토니 블레어에 의해 운영되고 있지만 매주 블레어와 대좌하는 여왕의 막후 영향력은 과소평가할 것이 아니라는 사람들도 있다.
한때 제왕들은 사람의 목을 베고 전쟁을 일으키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었지만 이 여왕은 차를 대접하고 여행을 한다. 그녀의 왕궁 가든 파티에는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했고 여왕은 인구 655명인 코로스 섬부터 10억이상이 사는 중국까지 지구상의 거의 모든 나라를 방문했다.
한때 왕가는 영국 가정생활의 최고봉으로 여겨져 1969년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출연을 허가했을 때만해도 나중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생각해본 사람은 없었다. 왕가가 자신들의 사생활 노출을 허가한 신호탄으로 간주된 이 다큐멘터리 방송 이후 영국의 주간지들은 왕가의 일이라면 미주알고주알 대서특필하기에 이르렀고 거기 나타난 영국 대표 가정의 가치관은 얄팍하고도 틀린 경우가 너무 많았다.
여왕 슬하의 4남매중 위의 3남매는 이혼했고,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비명횡사했을 때 국민여론은 비등했다. 장례식 몇시간전 분노하고 애도하는 군중들이 런던으로 모여들자 위기의식을 느낀 여왕은 TV 연설로 위기를 잠재웠고 이후 왕가의 인기는 올라가 압도적인 숫자의 국민들이 군주제 유지에 찬성하고 있다.
단 한번도 똘똘한 말이나 행동을 한 적이 없으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의 지위를 누려온 여왕의 즉위 50주년은 여왕의 가장 위대한 업적인 살아남았음을 기리기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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