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50이 되었어도 변함없는 축구사랑에 날씨가 추워 경기장에 가기 싫다는 아내를 동생부부와 겨우 설득해서 지난주 한국과 코스타리카 준결승 게임을 관람하기 위해 로즈볼 구장을 찾았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관중들 틈에 끼어서 열심히 게임을 관전하고 있는데 뒤쪽 어디선가 난데없이 욕설이 튀어 나왔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앉았던 좌석 서너줄 뒤에 삼십대 후반이나 사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술취한 한인 3명이 한국 선수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질타를 하더니 조금 후부터는 아예 욕쟁이 축구감독과 해설자들이 되어 버렸다.
주위에서 함께 경기를 관전하는 여러 한인 가족들, 그중에는 연세 드신 분들, 어린 아이들이 있었지만 경기장 밖에서부터 한잔 걸치고 들어온 듯한 그들은 전혀 주위 상황에는 아랑곳 없이 심한 욕설과 핀잔으로 떠들어 대는 것이었다.
게임 관전에 신경이 쓰이고 조금씩 방해받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젊은 시절 운동을 한 경력이 있는지라 겁도 없이 상대가 듣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축구는 입으로만 하냐” “경기장 전세냈냐”하고 중얼거렸지만 그들은 전혀 무반응이었다.
기본적인 예의조차 갖추지 못한 어글리 코리안 3명은 나중엔 아예 영어 욕까지 남발하는 통에 앞자리에 앉았던 타인종들까지 눈살을 찌프리며 우리 쪽을 쳐다 보았다. 정말 망신스러웠다.
그런 사람들과 같은 민족이라는 게 정말 괴롭고 창피한 날이었다. 아내에게도 동생 부부에게도 미안했다. 다시는 축구장 가자고 보채지 않을 생각이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한국 축구가 기를 못 펴고 있다는 우울한 생각이 든 추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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