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이 5.8%를 오르내리는 취업난속에서 블루칼라 일자리로 파고드는 고학력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는 아비리그에 속한 동부의 명문대학을 나와 잔디밭에 씨부리는 일로 연명하는 밥 멀둔이라는 남성의 경험담이 게재됐다.
밥은 두 곳의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졸업장을 딴 ‘겹학사’다. 단 시간에 돈을 벌어 30대에 은퇴한다는 당찬 계획에 따라 대기업을 마다하고 신생 닷컴사에 들어간 그는 하이테크 분야의 거품붕괴로 예정에 없던 ‘강제은퇴’를 당했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밀어 보았으나 그를 받아주겠다는 곳은 없었다. 밥은 마음을 모질게 먹고 ‘1인 회사’의 잡역부로 취업했다. 말이 회사지 사장과 단 둘이 용역일을 해야 하는 노무자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는 사장과 함께 잔디씨와 물, 비료를 섞어 호스로 정원에 골고루 뿌려주는 일을 한다. 간단하기 그지없는 단순작업인 듯 싶지만 밥에게는 결코 간단치 않은 일이다. 아비리그의 교육은 그의 업무수행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면접에서 고용주의 첫 질문은 포크리프트 운전을 할줄 아느냐는 것이었다. 그가 고개를 가로젓자 고용주는 "방금 해고한 친구도 그 정도는 한다"며 못마땅해 했다.
그는 매일 아나콘다를 연상시키는 200피트짜리 대형호스와 씨름을 한다. 가끔씩 사이드미러를 들여다보며 비료를 가득 실은 6만 파운드짜리 대형트럭을 후진시키는 진땀나는 모험도 해야하는데 그때마다 등짝이 후줄근하게 젖는다. 기계에 이상이 생기면 일단 공구박스를 열지만 도대체 어떤 공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새 작업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도를 거꾸로 놓고 들여다보다 핀잔을 받기 일쑤고 커피 마시는 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퉁생이를 맞곤 한다.
트럭이 지나갈수 있도록 처진 케이블선을 치켜들고 있으라는 지시에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으냐"고 대들었다가 "케이블선은 전기가 아닌 시그널을 보내는 선"이라는 고용주의 호통에 머쓱해지기도 했다. 한마디로 그는 자신이 현재 하는 일에 완벽하게 무능하다.
다행히 힘이 좋아 수백 개의 비료푸대를 속도감 있게 운반하고 엄격한 직장교육의 탓으로 출근시간을 칼같이 엄수하는데다 안내문을 잘 쓰는 탓에 아직까지 목이 있다는 그는 "세상에 돈버는 일치고 쉬운 일은 없다는 이치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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