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요? 나이 묻지 마세요. 학생이요 학생"
타운 내 나이를 잊은 노인들의 학습 열기가 뜨겁다. 백발 성성한 노인들이 이른 아침 한 손에는 영어책, 다른 손에는 점심도시락을 들고 학교로 모여든다.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컴퓨터 키보드 위의 손놀림도 어눌하기 그지없지만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를 빼놓지 않고 배우려는 진지한 태도는 젊은 사람 못지 않다.
수업시작 10분 전인 9시50분에 교실에 도착한 김구현(90) 할아버지. 김 할아버지는 "하루종일 외워도 돌아서면 까먹는 게 태반이지만 낙제생이 되지 않으려고 꼬박꼬박 학교에 출석한다"고 한다. 게다가 사회·정치적 이슈에 밝아 쉬는 시간마다 죽 둘러앉은 노인들과 함께 벌이는 토론은 더 재미있다.
노인들은 영어는 물론 컴퓨터에도 도전한다. 성인학교를 통해 컴퓨터 걸음마를 시작한 김옥자(80) 할머니는 우등생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6개월만에 컴퓨터 코스를 완성한 김씨는 컴퓨터로 ‘영어 잠언서’를 제작할 만큼 수준급 실력을 지니고 있다.
인생의 황혼기에 웬 공부냐고 할지 몰라도 이들은 오전 영어수업이 끝나면 휴게실에서 도시락을 까먹고 오후에는 시민권 시험을 준비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타운내 비미니 성인학교(교장 배효식)에는 노인들로 구성된 학생회까지 운영된다. 백완기(75) 학생회장을 중심으로 학생회측은 교사 생일파티도 준비하고 학교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점심을 나누며 학생회의를 통해 수렴한 건의사항도 전달한다. 지난해 9월에는 학생회 자체로 노래방 기계 3대를 구입, 학교에 기증했다. 일주일 동안 공부하며 쌓인 스트레스도 풀 겸 금요일 오후 노래자랑을 벌이기 위해서다.
비미니 성인학교의 배효식 교장은 "노인들이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며 "공부시간은 물론 토론시간도 젊은이들 못지 않게 진지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만년 50세를 주장하는 백발의 배효식 교장은 "알파벳도 모른다던 노인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시민권을 획득하는 걸 보면 ‘인생은 70대부터’란 소리가 절로 나온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eunseonha@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