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대통령이 베이징 국제공항에 도착한 21일은 리처드 닉슨 전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중공을 방문한지 꼭 30주년을 맞는 날이다. 그러나 역사적인 수교 30주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은 적도 동지도 아닌 미묘한 전략적 관계에 있다고 외교 분석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에서 중국이 테러전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 점을 치하했으며 중국도 부시 대통령의 방문에 앞서 정치범을 석방하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여 미·중 관계가 상당히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장쩌민 주석에게 올 가을 미국 방문을 초청, 장 주석이 이를 수락했으며 장 주석의 후계자로 알려진 후진타오 부주석도 딕 체니 미부통령의 초청에 따라 조만간 미국을 방문할 예정으로 양국 외교가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양국의 서로에 대한 불신도 역력히 나타났다. 우선 대량 살상무기의 확산 방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미국은 중국이 파키스탄과 이란에 미사일 기술을 수출했던 점에 심기가 불편하다. 양국은 2000년 11월 미사일 기술 수출을 중단하기로 구두로 합의했으나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이를 확실하게 협정으로 문서화하기를 원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테러전이 이라크로 확전되는 것을 꺼리고 있으며 북한이 ‘악의 축’에 포함된 점에 대해 불만을 표명했다. 고위 미국 관리는 이날 이 같은 협정에 대한 토론이 있었으나 이번 회담에서 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이날 회담에서 중국이 거북스럽게 여기는 인권 문제와 특히 기독교 박해 문제를 거론, 중국이 바티칸 교황청을 인정하고 수만여개의 지하 교회단체를 합법화할 것을 요구했다. 장쩌민 주석은 이들 단체가 법을 위반했기 때문이지 중국에서 종교적인 박해는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양국 관계에 눈엣가시인 대만 문제도 남아 있다. 테러 이전 미·중 관계가 서늘했던 이유도 부시 대통령이 임기 초기에 처음 취한 조치 중 하나가 대만에 지난 20년이래 최대 규모의 군사물자 수출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만 원조를 내정 간섭으로 간주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한 외교관이 "미국과 중국이 더 이상 적은 아니지만 친구도 아니라"고 표현한 것처럼 지난해 초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 충돌사건 등으로 서늘했던 양국관계가 9·11테러 이후부터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 불신과 오해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jeanwo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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