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로 미국은 어떤 나라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구소련 붕괴 이후 탈 냉전시대에 미국은 이 세계의 초강국으로 혼자 서 있다.
패권주의도 떠오를 만큼 미국은 강력한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 미국 미디어를 보면 국제 뉴스는 별로 없고 국내의 소식이 훨씬 많았다. 국제뉴스를 보도하기에는 돈도 많이 들겠지만 국민이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졌다. 그 후로 갑자기 국제뉴스도 많아지고 왜 이런 일이 미국에 일어날 수 있을까, 왜 우리를 그렇게 싫어할까 하는 의문이 여기 저기서 들려왔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은 근본적으로 문제를 파악하는 것 같지가 않다.
예를 들어 컬럼비아대 저널리즘대학원 석사학위 프로그램에는 풀타임 외국 학생들이 약 30명 된다. 전체 프로그램 정원은 208명이다. 모든 교과 과정이 미국학생이건 외국학생이건 같지만 따로 ‘국제 프로그램’이 있다. 그리고 외국학생들은 ‘외국으로서의 미국’ 수업을 듣게 했다. 미국학생들은 그 시간에 미국 언론법을 듣게 했다. ‘외국으로서의 미국’ 교수는 국제 프로그램의 실장이다.
지난 10월 말 그 교수는 유학생들의 각자 나라 언론에서 테러사건을 보도하는 자세및 각국의 정부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수업을 했다. 좋은 시간이었으나 문제는 그 교수가 이것을 저널리즘 대학원 전체로 공개토론회를 하자고 했다.
남미, 유럽, 러시아, 아시아, 파키스탄 대표로 5명의 학생이 참여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자 및 미국학생들을 패널리스트로 초청하는 것으로 기획을 짰다.
왜 미국학생을 제외한 외국학생들 끼리만 토론회를 하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미국은 ‘국제’ 무대에 포함이 안되는 것인가?
공개토론회의 날 미국학생들은 5명도 안 와 외국학생끼리 같은 말만 떠들다 말았다. 미국학생들이 관심이 없는 것도 보여주지만 그 교수의 정책도 미국 대 세계라는 사고를 보여 준다. 앞서 간다고 생각하는 저널리즘 스쿨에서 미국은 혼자 따로 서고 모든 다른 나라들이 외부에 한 덩어리로 있는 느낌을 학생들한테도 주었다. 이런 고정된 사고가 미국의 엘리트 사회에서 계속된다면 앞으로 테러문제는 줄지 않을 것이다.
합리적인 사고와 체계가 있는 행정과 정책, 토론, 법을 바탕으로 한 미국도 국제무대에 같이 서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허소영 <컬럼비아대학원 저널리즘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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