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강도사건이 또 고개를 쳐들고 있다. 일본인이나 중국인, 타일랜드 사람들도 미국에 이민 온 이상 비즈니스가 주업종인 것은 우리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유난히 동양계 이민중 코리안들이 강도범죄의 타겟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TV 로컬뉴스에서 "리커스토어 강도살인" 운운하면 가슴이 철렁해지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혹시 한국인’이 ‘역시 한국인’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다른 동양계 이민에 비해 코리안이 유난히 피해자가 많은 것 같다. 말하자면 코리안이 강도 인기(?)순위 1위인 셈이다.
미국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로마나 파리에 가면 소매치기가 많은데 한국인 관광객들이 걸어가고 있노라면 소매치기 집시들이 줄줄 따라다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미국인들은 부자처럼 보여도 강도 당하는 일이 드물다. 이유는 캐시를 가지고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록펠러가 결혼식 신고를 하러 시청에 갔다가 신고비용 1달러 없어 당황했다는 에피소드는 미국 부자들의 생활습관을 잘 말해 준다.
한국인은 돈이 없어도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애쓴다. 우선 복장에서부터 그렇고 손목시계며 목걸이 가방 등에서 돈 냄새가 물씬하다.
한국인의 현찰선호 문화는 유별난 것 같다. 오늘 신문을 보니까 한국에서는 업소들의 신용카드 기피가 심해 정부가 이같은 업소에 대해 세금감사를 하겠다고 엄포놓고 있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크레딧 카드를 기피하는 업소들이 많다. 대부분의 설렁탕, 곰탕, 순두부 식당들은 카드를 꺼려하고 여행사들은 카드 내밀면 담당직원이 얼굴을 찌푸린다. 그러면서 카드 사용자에게는 가격의 10%를 더 올려 받는 경우도 있다.
한인들의 캐시 문화가 어느 정도인지는 은행에 가보면 짐작이 간다. 한국계 은행에는 상인 1명이 전용으로 쓸 수 있는 창구가 있지만 미국은행은 상인전용 창구에 여러 사람이 몰려 있다. 코리안들이 수만달러씩 찾아 누런 마켓봉투에 넣어 가는 것을 본 미국인들은 좀 놀란다.
현찰 규모도 규모이려니와 왜 캐시를 그렇게 많이 찾아가는지 이해가 안되기 때문이다. 가게에서 번 캐시를 가져와 은행에 넣는 것이 정상인데 엄청난 양의 캐시를 업주가 찾아가니까 놀랄 수밖에 없다.
한인들의 주업종은 리커스토어, 마켓, 델리 등이다. 문제는 여기서 한인들이 첵캐싱을 해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이다. 첵캐싱을 하면 항상 몇만달러는 갖고 있어야 하고 이렇게 되면 자연히 강도들의 표적이 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강도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이다.
첵캐싱이 힘 안들이고 돈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명을 걸어놓고 하는 비즈니스다. 힘든 것이 문제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다. 첵캐싱 돈을 은행에서 찾아오다 가게 앞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미국인 경영 리커스토어나 마켓에 강도가 드문 이유는 첵캐싱을 안 하기 때문이다.
몇년 전 7-11스토어 종업원이 강도를 잡으려고 쫓아 나갔다가 해고되었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놔두라는 것이다. 쫓아나가 범인을 잡으려다 종업원이 다쳐도 걱정이고 강도가 다쳐도 골치라는 것이다. 강도 당한 것은 세금보고 때 손실처리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이다.
이민 신청에도 우선순위가 있듯이 사람에게도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의 우선순위가 있다. 우선순위 1위는 말할 것도 없이 사람의 생명이다. 생명을 걸어놓고 돈버는 일은 곤란하다. 내가 생명을 잃는다는 것은 나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리안의 캐시 문화가 비극의 씨앗이다. 꿀이 있으면 파리가 몰려들게 마련이다. 여기저기 꿀이 널려 있는데 파리가 모여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염치없는 희망사항이다. 캐시 문화를 과감히 고치지 않는 한 강도사건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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