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톨릭 성직자들의 어린이 성추행 사건이 집중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물론 이 일은 미국에서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런 주제의 영화가 여러 편이 제작되었고 상영된 바 있다. 스턴 가톨릭 성직자들의 청소년 성추행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고, 며칠 전에는 플로리다 팜비치 교구의 가톨릭 주교가 27년 전 당시 13세의 크리스토퍼 딕슨을 성학대했다고 시인하고 주교직을 사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안토니 오코넬 주교는 주교가 되기 전부터 딕슨 성추행 사건으로 법적으로 기소되었었는데, 딕슨은 지난 1996년 12만5,000달러의 합의금을 받고 이 사건을 비밀에 부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 곧 오코넬 신부가 주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딕슨은 다시 한번 가톨릭 교계의 위선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비밀에 부치겠다는 약속을 깨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딕슨의 사연은 이러하다. 13세의 신학생이었던 그가 당시 오코넬 신부를 찾은 것은 이미 신학교에서 두 신부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한 일에 대해서 상담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오코넬 신부는 딕슨에게 자신과 함께 침대에 알몸으로 눕게 한 후 성적 만족을 위한 행위를 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일은 그 후 두세 차례 더 있었고, 딕슨 자신도 성직자가 되었다. 그러나 딕슨이 심한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를 보이자 교구는 딕슨 신부를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게 했는데, 그때 딕슨은 과거 성직자들에게서 받은 성학대로 인해 자신 안에 큰 혼란과 분노가 쌓여있음을 알았다고 한다. 그 후 딕슨은 성직을 떠났고, 현재는 가톨릭 자선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딕슨은 자신이 더 이상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오코넬 주교는 과오를 시인하면서 자신이 25년 전 행한 행동으로 야기된 상처와 아픔, 고통 등에 대해서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다고 보도되었다.
이런 사건을 대중매체를 통해서 듣게 되면 반응에 따라 대개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일부 소수인의 잘못이고 종교적인 가르침에는 문제가 없으므로 계속해서 자신의 신앙을 지켜 가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교단의 위선을 깊이 느끼고 종교를 떠나게 된다. 세 번째 부류는 종교의 위선, 성직자의 권위 등 종교계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가를 지적하는 사람들이다.
성직자들의 성학대 사건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불교는 예외라고 생각하면 큰 착오이다. 역사적으로 불교의 독신 승려제도도 가톨릭 교계의 사건과 흡사한 문제를 일으켜왔다. 여성학적 입장에서 볼 때 남자 성직자들이 여성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성학대는 아주 중요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것은 성윤리의 문제, 즉 과오를 저지른 개개인의 윤리적 문제가 아니라 남용된 권력의 문제이다. 성직자들이 갖는 종교적인 권력이 빚어내는 성억압의 사례이다.
종교가 독신제도나 금욕제도를 만들어낸 것은 여성과 성애를 부정적이고 더러운 것으로 보는 인식 때문이다. 기독교나 불교등 각 종교에서 독신 성직자나 수도자를 결혼한 성직자 보다 "더 성스럽다"고 생각하는 사고의 근본에는 여성과 성애를 더럽고 악마적인 것으로 보는 이원론적 사고가 깔려 있다. 교계의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과 성애에 대한 기본적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황혜숙<종교 여성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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