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장 고귀한 헌신은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이다. 미국에서 전쟁터에 나간 군인들을 존경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인은 일반 공무원과는 달리 자신의 목숨을 걸어놓고 국가에 봉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인이 목숨을 잃는 것은 상대방의 공격에 의한 것이다. 자신이 죽기를 결심하고 생명을 바치는 것은 아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적진에 뛰어들어 산화하는 군인이 있다면 그는 군인기질이라기보다는 순교자기질에 가깝다.
요즘 TV만 켜면 팔레스타인 자살테러에 관한 뉴스가 나온다. 더구나 엊그제 결혼을 앞둔 아크라스라는 팔레스타인 여학생이 예루살렘의 수퍼마켓에서 자폭했다는 뉴스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쇼킹하다. 결혼은 제2의 탄생이다. 특히 여성에게 있어 결혼 몇달 전은 가슴 설레고 꿈에 가득 찬 시간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여학생이 몸에 폭탄 띠를 두르고 자폭해 몸이 산산이 찢기는 길을 택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이 여학생은 미인인데다 학교 성적도 우수하고 부모들도 자폭 가능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아크라스의 케이스에 대해 팔레스타인 시민독립위원회 위원장인 사라지 박사가 미국 신문에 "우리는 왜 자폭하는가"라는 글을 실어 자신들이 과격한 행동을 취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모욕을 참는다는 것은 아랍문화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고문에 속한다. 자존심은 아랍인의 생명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지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고 있다. 우리는 35년 동안이나 참아왔으나 인내가 한계에 이르렀다.
몸으로 말하는 수밖에 없다. 자폭 희망자는 줄을 이어 기다리고 있다. 코란에는 이슬람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무슬림은 이 세상에서는 죽지만 저 세상에서는 낙원에서 살게 된다고 쓰여져 있다. 우리가 알라신의 이 말을 믿는 한 정신적인 면에서 이스라엘을 이길 것이다”
사라지 박사의 글에는 ‘자존심’ ‘모욕’ ‘부끄러움’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아랍인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죽음도 겁내지 않으며 이것이 자폭을 서슴지 않는 과격한 행동의 배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랍인들의 자존심이 그렇게 강했던가. 다시 한번 아랍인들의 기질을 생각케 하는 글이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주인공인 영국의 로렌스 대령은 아랍인의 기질을 원색적인 컬러에 비유한 적이 있다. 극구 칭찬하거나 죽도록 미워하거나 둘 중의 하나만 택한다는 것이다. 무슬림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헨리 아이로트라는 신부가 쓴 아랍인의 기질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는 아랍인의 욱하는 성격은 무서울 정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랍인은 친절하고, 뜨겁고, 사귀기 쉽고, 다정다감하지만 화나는 일이 닥치면 말도 함부로 하고 행동도 걷잡을 수 없으며 죽음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자존심을 죽음보다 우선 순위에 두고 있으며 자존심을 건드리면 컨트롤을 잃는 성격을 지녔다고 했다. 몇년 전 미국에 이민 온 팔레스타인 가정에서 딸이 남자와 데이트하다 늦게 들어왔다 하여 아버지가 딸을 칼로 찔러 죽인 일이 있었는데 집안 망신을 시켰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에서는 청년들이 자폭테러를 감행했었으나 지난 1월부터 여성들이 자폭대열에 가담하고 있다. 벌써 3명째다. 이것을 과연 ‘자폭테러’라고 부를 수 있을까. 팔레스타인의 잔다크라고 아랍인들은 표현하고 있다. 죽음으로 의사 표시하는 것은 일본인들도 유명하지만 일본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의 차이는 내 목숨만 끊느냐 아니면 남의 목숨도 끊느냐에서 성격을 달리 한다. 좀 알 듯하다가도 다시 캄캄해지는 것이 아랍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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