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말을 잘 듣는 애마라도 배를 주리게 하거나, 거칠게 손질하거나, 귀찮게 하면 주인을 무는 경우가 있다. 안장을 얹거나 복대를 조일 때도 신경질을 내고 물기도 한다. 말은 자신이 무는 강도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심하면 피해자의 귀가 찢기거나 뜯겨나가는 수도 있다고 한다.
애완견을 한꺼번에 다섯 마리나 키울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는 한국의 한 연예인이 수년 전 드라마 촬영장에서 잠시 쉬는 사이 현장에 있던 원숭이를 귀엽다며 안으려다 얼굴을 할퀴고 물어 뜯겨 1주일간 병원신세를 진 적이 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의 한 아파트에 사는 노부부의 맹견 두 마리가 복도에서 이웃집 여성을 처참하게 물어 죽인 사건과 관련해 최근 이들 부부가 법정에서 중형을 선고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물어뜯기라면 역시 악어를 빼놓을 수 없다. 탐험을 나갔다 악어에 물려 죽는 사례가 간혹 있으니 말이다. 이 분야에서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북미산 악어의 이빨 힘은 영화 ‘주라기 공원’에서 무지막지하고 잔인한 모습을 보인 공룡 ‘티렉스’의 물어뜯는 힘과 맞먹는다고 버클리대 연구진이 과학전문잡지 ‘네이처’에 발표한 적이 있다.
이처럼 “사람을 물어뜯었다”하면 다른 동물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사람이 사람을 무는 게 소설 속의 얘기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의 이빨 힘은 악어의 20분의1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송곳니는 날카롭고 어금니는 파워가 있다.
복싱선수 마이크 타이슨이 97년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에반스 홀리필드와의 세계 타이틀전에서 살점이 떨어져 나가도록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었다. 타이슨은 이 일로 네바다 스포츠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당하고 복싱팬들로부터는 노도와 같은 비난을 받았으며 홀리필드의 잘려나간 귀의 징그러운 사진이 언론에 실리는 등 파문이 일었었다.
이뿐 아니다. 2000년 영국 런던에서는 한 맹렬 축구 팬이 청소년축구시합에서 자신이 응원하던 팀이 대패하자 상대팀 감독을 몰래 뒤따라가 주차장에서 격투를 벌이던 와중에 이 감독의 귀를 물어뜯어 부분 절단한 사건도 있었다.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한인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수일 전 만취한 한인이 술자리에 동석한 사람들과 시비 끝에 노상에서 상대방의 뺨과 손을 물어뜯어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중상을 입혔다고 한다. 멋진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을 때처럼, 물어뜯는 게 이빨의 고유 기능이라 할 수 있지만 사람이 사람을 물어뜯는 것은 ‘너무나 동물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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