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3일 미국 추기경단과의 비공개회의에서 "성직자의 성추행은 끔찍한 죄악이자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성추행자가 종교생활과 성직을 수행할 근거가 없다"고 강조, 문제를 일으킨 성직자들에 대한 확고한 내부 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교황은 이날 성추행 관련위기를 논의하는 회의에 때맞춰 배포한 영문성명에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그들이 어디에 있든, 그 피해를 공감하며 우려를 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교황의 이번 성명은 지난 1월 미국 성직자들의 성추행 주장이 쏟아진 뒤 나온 가장 강력한 것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일체감을 처음 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교황이 "성추행자가 성직을 수행할 근거가 없다"고 말한 대목은 성추문을 잘못 처리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사임압력을 받고 있는 보스턴 대교구의 버너드 로 추기경의 거취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일부 성직자들이 저지른 큰 해악 때문에 미국의 로마 가톨릭교회가 불신을 받고 많은 사람들이 교회 지도자들의 문제 처리방식에 분노하고 있다"며 "하지만 교회는 이 시험의 시기가 가톨릭 공동체 전체를 정화시킬 것임을 확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추기경단은 바티칸에 있는 동안 성추행 사건에 대한 처리지침을 논의한 후 오는 6월 달라스에서 열릴 미국 주교회의에서 이에 대한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한편 교황청 국무장관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은 "교회는 이 위기를 처리하는데 투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우리 임무는 교회가 투명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현재의 문제를 열린 마음으로 심사숙고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시카고 대교구의 프랜시스 조지 추기경은 이날 기자들에게 "동성애 성직자 문제가 이날 회의에서 논의됐다"며 "동성애자가 성직에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