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변호사 할랜드 브라운이 전화를 걸어 "경찰이 아내 살인혐의로 당신을 체포하기 위해 현재 그쪽으로 가고 있다"고 알려왔을 때 로버트 블레이크는 장녀 델리나의 집에 있었다.
60, 70년대 형사물 ‘바레타’ ‘인 콜드 블러드’ 등에 출연한 TV 및 영화배우 블레이크는 편안한 반바지 차림이었다. 블레이크가 브라운에게 한 첫 질문은 다분히 할리웃적이었다. 그의 질문은 "옷을 갈아입어야 할까"라는 것이었다.
스크린의 터프가이 블레이크(68)와 전과기록이 있는 모델 출신 아내 보니 베이클리(44)를 둘러싼 LA 명사 살인사건의 시나리오는 이렇게 막을 올렸다.
베이클리는 지난해 5월 스튜디오시티의 한 레스토랑에서 블레이크와 저녁식사를 한 후 총에 맞아 숨졌다. 블레이크는 당시 경찰에게 베이클리를 차에 데려다준 후 레스토랑에 떨어뜨린 총을 찾으려 다시 갔었다고 진술했다. 블레이크는 총기소지 허가증을 갖고 있었다. 경찰에게 그는 "다시 차에 돌아와 총에 맞은 베이클리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베이클리 살인혐의로 기소된 블레이크는 22일 열린 인정신문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그의 보디가드 얼 콜드웰도도 함께 기소됐다.
이번 사건은 블레이크가 형사로 분한 ‘바레타’의 초기 에피소드에서 그의 극중 아내가 레스토랑 밖에서 살해당하는 매우 흡사한 장면 때문에 으스스한 분위기마저 연출하고 있다.
블레이크를 태운 흰색 차량이 경찰국으로 향하는 장면은 금발 미모의 백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유명 풋볼스타 출신 O.J. 심슨 사건과 마찬가지로 TV방송 헬리콥터로 중계됐고 피살자 가족은 공개적으로 남편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블레이크가 범행을 한 것이 틀림없다.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했을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방아쇠를 당긴 것은 블레이크다"
베이클리의 남동생 피터 칼리언은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 케이스는 심슨 사건과 같은 강도의 비상한 관심과 흥미를 끌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블레이크 사건도 호기심을 자극할 요소는 많다.
베이클리는 명사들을 쫓아다니는 ‘스토커’였다. 또 사생활이 난잡했던 그는 자신의 나체 사진을 남자들에게 보내 돈을 챙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인종적 요소는 없다.
블레이크와 베이클리의 결혼은 심슨과 피살된 아내 니콜 브라운간에 있었던 격정과 질투가 없었다. 블레이크는 베이클리가 자신의 딸 로즈(현재 두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DNA 검사를 통해 확인한 후 비로소 결혼했다.
블레이크는 지명도에 있어서도 심슨만큼 명사는 아니었다.
젊은 시절 유망했던 스타 잠재력이 사라진지 오래된 블레이크는 그저 한물간 배우였다. 이에 비해 심슨은 왕년의 배우라는 데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건 발생 당시만 해도 TV 광고, 스포츠 이벤트, 사교무대 등에 자주 얼굴을 내미는 NFL 풋볼명예의 전당 헌액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었다.
사건 수사를 맡은 LA경찰국(LAPD)의 각오도 다르다.
수많은 증거물에도 불구하고 허점 있는 수사로 피의자 심슨이 무죄로 풀려나는 망신을 당했던 LAPD는 블레이크 케이스를 매우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
20개 주를 커버하는 광범하면서도 주도면밀한 수사를 펼친 LAPD는 사건발생 11개월만인 지난 주 블레이크를 처음 공식적으로 범인으로 지목했다.
수사관들은 또 범행에 사용된 2차대전 당시 독일군 권총도 범행현장 부근의 쓰레기통에서 수거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범행동기에 대해 "블레이크가 결혼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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