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기 역사를 통해 B-52에 필적할 항공기는 아직 없다.

무려 여덟 개의 초대형 엔진을 탑재하고 날개길이도 185피트나 되는 이 중폭격기는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군사력의 상징이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시절 처녀비행을 했던 B-52 폭격기는 금년 4월로 50회째 생일을 맞았다.

50은 인간의 나이로는 중년이지만 B-52는 예외다.

이 폭격기가 처음 하늘을 난 후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11명의 대통령이 배출됐다. 커다란 전쟁이 네 번이나 있었고 테크놀리지는 괄목할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B-52는 여전히 미공군의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40년 퇴역예정인 B-52 폭격기는 역사상 최장수 군용제트항공기로 남게 된다.

"B-52는 실로 놀라운 항공기다. 흥미로운 사실은 현재 이 폭격기의 모든 기능이 50년 전 처음 등장했을때는 예상치 않았던 것들이다"

워싱턴 D.C.의 공군역사학자 웨인 톰슨은 말한다.

현재 미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B-52 폭격기 가운데 가장 최신형이 41년 전 제작괸 것이지만 냉전의 유물과는 거리가 멀다.

B-52 폭격기는 작년 가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군 격퇴작전에서 다시 한 번 그 가공할 위력을 과시했다. B-52는 4만피트의 고공에서 정밀한 스마트 폭탄을 목표지점에 적중시키며 대테러전쟁의 기선을 제압했다.

지상에서 특공전을 벌이는 병력과 랩탑 컴퓨터 및 인공위성으로 연결된 B-52 폭격기는 제트여객기보다 높은 고도로 비행하면서 인공위성 유도폭탄들을 텔레반군과 알카에다 게릴라거점에 퍼부었다. 폭격기가 워낙 고공으로 날기 때문에 적군은 폭탄의 근원지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B-52 폭격기는 냉전시대 소련의 주요한 견제수단이었다.

전설적인 미공군대장 커티스 르메이가 발상한 B-52 폭격기는 1948년 10월 오하이오주 데이톤의 한 호텔방에서 보잉사 엔지니어들에 의해 청사진이 그려졌다.

B-52는 1952년 4월 15일 최초로 시험비행을 했다. 그후 지금까지 이 거대한 폭격기는 월남전을 포함, 걸프전, 코소보사태,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컴퓨터 모델이 출현하기 이전에 제작됐지만 B-52의 랜딩기어와 날개등 동체의 상당부분은 아직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B-52는 조종이 까다롭고 항공기내부 활동공간이 좁으며 현대적인 편의기능이 결여돼 있지만 비행경험이 있는 조종사나 탑승요원들로부터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미8공군 사령관 톰 켁 소장은 B-52 폭격기 비행시간이 3,000시간이나 되는 베테런 파일러트다 퇴역 공군소장인 그의 아버지 제임스 켁 역시 이 폭격기를 조종했었다. 켁 사령관은 B-52가 퇴역할 즈음이면 한 가족에서 넷 혹은 다섯 세대가 이 폭격기를 조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B-52는 지금까지 700여대가 생산됐지만 현재 남아있는 것은 약 90대다.

보잉사의 B-52 폭격기 생산라인은 이미 오래 전에 폐쇄됐기 때문에 정비사들은 필요한 부품을 항공박물관이나 애리조나 사막의 노후 항공기 계류장에 있는 고물 B-52에서 해체, 사용한다.

B-52는 1990년대 차세대 폭격기 B-1, B-2의 등장으로 퇴역할 운명에 처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현재 군사전략가들은 엄청난 폭탄적재량과 스마트폭탄 탑재능력 때문에 B-52 폭격기를 현대전의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다시 인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