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에선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법인가.
2004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진영의 앨 고어 전 부통령과 조셉 리버맨 연방상원의원이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극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는 민주당 진영에서 그나마 기대를 걸만한 인물이라면 2000년 대선의 전체득표수에서 조지 W. 부시와 딕 체니 조를 누른바 있는 고어와 리버맨 정도다. 적어도 대선에는 ‘낙방거사’들을 내보내지 않는다는 게 민주당의 전통이긴 하지만 워낙 인물난이 심한데다 지난번 선거에서 "다 이겨 놓은 게임을 심판을 맡은 연방대법원의 편파판정 때문에 놓쳤다"는 내부인식이 가시지 않은 상태라 고어와 리버맨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내부공론이 어느정도 모아진다 해도 "그때 그 사람"에게 2000년 당시와 똑같은 역할을 맡기기 힘들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주된 이유는 2000년 대선을 통해 무명의 유대계 연방상원의원에서 전국적 정치인으로 거듭난 리버맨이 은밀한 속내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넘버 2’ 자리에 관심을 접은지 오래다.
리버맨 의원은 요즘 전국을 돌며 중간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지원사격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선거운동이다. 작심이라도 한 듯 매월 한가지씩 새로운 주요 정책안을 제시하는 것도 그가 키우고 있는 야심과 무관치 않다.
고어 역시 리버맨의 은근한 견제에 신경을 쓰고 있다. 얼마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민주당 주전당대회장에서 고어는 리버맨과 단상에 함께 서달라는 주최측의 요청을 완강히 거부했다. 그의 측근들조차 "차기 대선에 고어가 출마할 경우 나는 빠지겠다"던 리버맨의 ‘서약’이 지켜져야 한다며 벌써부터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리버맨은 "지금도 그 서약은 유효하지만 주변에서 내게 출마를 권유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말로 ‘초심’이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고어와 리버맨 모두 ‘김칫국’부터 들이키고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예비경선이 가까워올수록 ‘미련’에 사로잡힌 두 사람의 거리는 더욱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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