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물결 태극 함성, 그것은 한국-폴란드전 큰 승부의 잔디가 펼쳐진 부산항의 전유물일 수 없었다. 서울도 광주도 대전도 인천도, 최전방 휴전선 군부대도 남녘끝 제주도 남쪽마을도, 지구촌 곳곳 한인들도 예외없이 부산항 축구한판에 눈과 귀와 온마음을 모으고 때로는 박수와 함성으로 때로는 안타까운 탄식으로 태극전사들을 응원했다.
한국축구의 비원으로 자리잡은 월드컵 본선 첫승 그리고 16강 진출. 비로소 한국땅에서 그 첫단추를 꿰는 D데이 H아워인 4일오후 8시30분(LA시간
4일오전 4시30분). 불퇴전의 무대는 부산 사직동에 웅대한 자태를 드러낸 아시아드 주경기장. 수십년동안 계속돼온 첫승 갈증을 한시라도 빨리 풀어내고픈 코리아 축구팬들은 그 뜨겁고 간절한 열기 분출을 킥오프 휘슬이 울릴 때까지 마냥 기다리지 않았다. 그럴 수도 없었다.
승부의 날 아침이 밝아오면서 하나둘 찾아드는 축구팬들로 닳기 시작한 부산항 경기장은 정오를 지나면서부터 태극전사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붉은 웃옷을 차려입고 손에 손에 태극기를 쥐어든 팬들로 인산인해.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상당수 팬들도 승부현장에서 울려퍼지는 함성을 생음으로 들으며 호흡을 같이하려는 듯 경기장 주변 야외 음식점 등에 일찌감치 진을 치고 장외응원 채비를 갖췄다. 그리고 경기 시작 휘슬과 함께 부산경기장은 경기내내 떠나갈듯한 함성이 메아리쳤다. 그리고 승부가 갈라졌다.
그러나 공은 둥글다. 스포츠세계의 승부예측과 승리기대는 그야말로 예측과 기대일 뿐이다.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는 개국이래 처음 출전한 아프리카대표 세네갈이 개막전에서 디펜딩챔피언 프랑스를 침몰시킨 것에서도 새삼 확인됐다. 앞으로 닥칠 미국전과 포르투갈전도, 나아가 이번 월드컵에 예정된 64경기 모두다 한편의 함박웃음뒤에 다른 한편의 진눈물이 엇갈리는 그런 드라마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종료휘슬이 울린 뒤 승패에 연연해 사납게 감정을 바꾸기보다는 태극전사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된다면, 또 오늘의 결과에 상관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든다면, 발걸음 가볍게 내일을 향해 줄달음칠 수 있도록 더욱 뜨거운 박수와 우렁찬 함성을 보내주는 것이 코리아축구팬들의 몫이어야 한다.
폴란드전은 한국축구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시작이다. 그러기에 한국대표팀은 폴란드전이 끝난 뒤 온몸에 적신 땀을 씻어낼 겨를도 없이 뭉친 근육을 쓰다듬어줄 겨를도 없이 엿새앞으로 성큼 다가선 미국과의 일전(10일오후 3시30분·LA시간 9일오후 11시30분)을 향해 새마음 담금질을 시작한다.
<부산-정태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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