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냐 미국이냐’
월드컵 축구 사상 첫 승 쾌거로 한국 대표팀 응원 열기가 유례 없이 끓어 넘치고 있는 가운데 오는 9일 밤(LA시간) 한국과 미국의 맞대결을 앞두고 한인사회에 때아닌 ‘응원 내분(?)’이 일고 있다.
같은 예선 D조에 속해 16강 진출 고지 선점을 위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대충돌을 벌여야 할 운명에 처해 있는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대부분의 한인들의 조국팀 응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한인 자녀와 젊은 세대 중에는 미국을 응원하겠다는 세력도 만만치 않아 한인 가정마다 월드컵 응원을 놓고 세대간 미묘한 갈등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
이같은 현상은 미국이 5일 포르투갈에게 예상 밖 승리를 거두면서 한국 16강 진출 달성에 최대 위협으로 떠오르자 더욱 두드러지고 있어 오는 9일의 한-미전에서는 더욱 치열한(?) ‘응원 갈등’이 벌어질 전망이다.
세리토스에 사는 직장인 김기영(42)씨는 "포르투갈이 이기길 응원하자 4학년짜리 아들이 왜 미국편을 들지 않느냐며 가벼운 항의해 난처했다"며 "아들은 한국과 미국 경기에서도 절대적으로 미국을 응원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1.5세 한인들도 서로 다른 응원관으로 갈리고 있다. 중학교때 이민왔다는 1.5세 데이빗 김(25)씨는 "동계올림픽 숏트랙에서 미국의 오노에게 김동성 선수가 금메달을 도둑맞은 것을 갚기 위해서라도 이번 대결에서 미국팀의 코를 납작하게 해줘야 한다"라는 주장인 반면 초등학교 시절 도미한 이모(35)씨는 "미국이 좋은 결과를 얻는게 더 중요하다"며 "맞대결에서는 미국편을 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 응원 소신파’들이 열기가 거의 광적(?) 수준까지 도달한 한인 축구 팬들의 한국 응원 열기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또 한인 2세들이 모두 미국편은 아니어서 미국에서 태어난 차원경(11)군은 "내가 미국인이라기보다는 한국인이라고 느끼고 있고 부모님들이 한국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한국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신들도 한국과 미국의 대결을 앞두고 미주 한인사회의 반응과 전망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AFP통신의 레베카 브라이언 기자는 5일 본보에 전화를 걸어 한인사회의 월드컵 열기에 대해 질문한 뒤 "한-미전이 열리는 오는 9일 밤 코리아타운에 직접 나가 취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종하 기자>chris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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