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린 UCLA 졸업식에서는 보기에나 느낌에도 색다른 여학생 쿠드시아 베케란(27·사진)이 전체 졸업생들을 대표해서 ‘심금을 울리는, 그러나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전달, 참석자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그는 아프간 난민 출신으로 여러 나라를 전전하는 천신만고의 역정 끝에 미국에 도착한 특별한 배경의 여성이다.
22~23세가 대부분인 졸업생들 사이에서 만학도로 수석졸업 및 졸업생대표 연설자의 영광을 따낸 그는 부친이 고위 요직을 두루 거친 조국 아프가니스탄이 구소련에 점령되자 극적으로 탈출, 파키스탄을 거쳐 남가주에 망명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뿐인가, 13세 소녀로 가족과 함께 죽음의 피난길을 거쳐 파키스탄에 임시 정착해야 했고 가족의 신변안전을 위해 17세도 안된 나이로 파키스탄 군인과 강제 약혼도 했다. 4년을 기다린 끝에 망명자격으로 레돈도비치에 도착한 그는 기둥이었던 아버지의 급사, 어머니의 파킨슨씨병 발병 등으로 졸지에 가장이 됐다. 게다가 가족들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압력에 못 이겨 다시 파키스탄에 가서 결혼식을 올렸다.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하는 남편의 휘하를 다시 탈출한 그는 ‘교육만이 살길이다’는 신념 하나로 어려움 속에서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 미라 코스타 고교에서 처음 영어를 배웠던 그는 엘카미노 칼리지에서 수석졸업을 했으며 2000년에는 UCLA 정치학과로 편입, 2년 후인 오늘 빛나는 학위를 수여 받았다.
학업 도중에도 그는 이미 아프간 여성권익단체(패사디나 소재)의 대변인으로서 비참한 환경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맹활약을 했다. 지난 9.11사태 이후 포거스된 아프간 탈레반 정권의 실상을 폭로하는 데도 나름대로 기여해 왔다.
이날 졸업식에서도 그는 다시 한번 조국을 위해 일생을 바칠 것을 다짐했다. 특히 아프간 여성들 가운데 직접 뛰어 들어가서 "교육만이 가장 효율적인 무기"라는 내용을 강조하며 계몽에 앞장 설 예정이다. "공허한 말뿐이 아닌 내 자신의 산 경험과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를 직접 입증해 주며 그들을 어두운 세상 밖으로 끌어내겠다"는 각오다.
졸업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아프가니스탄 귀환을 꼽고 있는 그는 법대 진학도 염두에 두고 있다. 또 유엔에서 일하면서 세계의 평화와 인권보호에 한몫하기도 원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 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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