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가 월드컵 열기에 들떠있던 지난 주말 LA에서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UCLA를 중퇴한 한인청년이 졸업식 전날밤 인근 모텔에서 권총자살을 했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같이 강의를 듣던 동급생들이 졸업의 흥분에 들떠 있었을 시간, 그는 “지난 가을학기후 학교를 그만 두었다. 부모님께 알리지 않아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그의 부모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졸업식에 참석해 아들을 찾다가 청천벽력 같은 자살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근년들어 한인 대학생들의 자살사건이 잊혀질만하면 한번씩 터지고 있다. 지난 1999년 하버드에서 남가주 출신 남학생이 자살을 했고, 그 일년후에는 MIT에서 뉴저지 출신의 여학생이 기숙사 방에 불을 지른 후 자살했다. 대학생들에게 있어서 자살은 사고, 타살에 이어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한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어려움, 학업 및 성적 스트레스, 이성관계로 인한 상처등 대학생활의 제반 여건은 때로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 압박감으로 작용, 우울증등 정신질환기질이 있는 학생들에게서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행위로 폭발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한인 대학생 자살사건들에 주목하는 것은 한인 이민가정의 특성이 이들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UCLA 학생의 경우, 학교 중퇴후 그 사실을 감히 부모에게 말하지 못했고, 그로 인한 죄책감이 목숨과 맞바꿀 정도로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나 MIT 학생들의 경우도 부모에게 자신의 문제를 편안히 털어놓지를 못했다. 힘들 때 제일 먼저 찾아야 할 부모를 자녀들이 찾지 못하게 가로막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말이 된다.
첫째, 그것은 한인부모들의 높은 기대라고 본다. 한인 1.5세, 2세들은 이민의 보람을 자녀의 성공에서 찾으며, 자녀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있는 부모를 보며 자랐다. 그런 부모의 전폭적 지원 덕분에 많은 한인 젊은이들이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활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반면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칠까봐, 희생에 보답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며 그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둘째, 옳다고 생각하는 데 대해서는 이견을 허락하지 않는 한인부모들의 권위주의가 자녀들의 대화시도를 차단한다.“이게 옳은 길이니 두말할 것 없다”고 정답을 정해버려 의사소통의 여지를 없애버리는 태도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인부모들 대부분에게 있다. 이민연륜이 쌓이면서 한인들의 이민생활에도 여유가 생기고 있다. 자녀양육 태도에도 여유가 생겨야 하겠다.
‘성공한 자녀’에 앞서 ‘행복한 자녀’ 양육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연이은 대학생 자살사건이 울리는 경종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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